이천수(32·인천)의 이름에는 늘 꼬리표가 달린다. '풍운아'다.
올초 4년 만에 임의탈퇴가 해제돼 K-리그로 돌아왔다. 팬들도 이천수의 재기를 바랐다. 하지만 또 사고를 쳤다.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 옆에 와이프와 지인들도 같이 있었다. 어떻게 싸울수가 있는가. 혼자 참느라 손이 그렇게 됐다. (맥주)20병을 깼다고 하는데 말도 안된다." 동정여론이 대세였다. 그러나 구단, 감독, 팬, 여론도 속였다. 이천수는 16일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폭행 여부는 경찰 조사에서 사실 관계를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사건 직후 한 해명은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의 심판'과는 별도로 '축구 심판'이 불가피하다. 1차적인 칼을 쥐고 있는 인천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천수의 말을 믿은 결과, 초기 수습에 실패했다. 17일 대책회의를 열었다. 구단은 "현재는 수습이 먼저다. 이천수와 피해자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구단도 노력할 것이다. 사태를 지켜보고 수습 이후 징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구단 수장인 조동암 사장이 현재 아프리카 케냐 출장 중이다. 18일 귀국 후 추가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인천은 전남이 임의탈퇴를 해제하자 이적료 5억원(추정치)에 이천수를 영입했다.
2심인 프로축구연맹은 일단 인천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별도로 징계 절차에는 이미 착수했다. 논란을 빚은 것만으로 K-리그의 명예 실추인데 거짓말 해명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위기다. 이천수는 수차례 '전과'가 있다. 네덜란드 생활에서 실패하고 둥지를 튼 수원 삼성에서 코치진과 불화 끝에 임의탈퇴를 당했다. 2009년 전남에 복귀했지만 첫 경기부터 심판을 향한 '감자 먹이기' 동작으로 6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 해 6월에는 코치와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구단을 이탈했다. 2007년 9월에는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여주인의 머리를 때린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프로연맹은 현재 징계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사실상 '영구 제명'을 받은 프로야구의 정수근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프로연맹의 한 관계자는 "인천이 흐물흐물 삽으로 다루려고 하다 타이밍을 놓쳤다. 이제는 포크레인이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지금은 걷잡을 수 없다. 온통 비난과 질타 뿐"이라며 "아직 연맹이 나서기에는 단계가 이르다. 다음 초까지 구단의 조치를 지켜볼 것이다. 1심인 인천 구단의 조치를 참고해야 한다. 마냥 덮으려고 하면 안된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천수, 만감이 교차하는 인물이다. 또 '풍전등화'의 신세다. '집행유예' 기간에 사고를 쳐 더 이상 '관용'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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