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갑'김용갑 감독은 어떻게 강원을 바꿨을까

기사입력 2013-10-31 11:44



30일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강등권 강원이 그룹B 1위 성남을 원정에서 2대1로 이겼다. 피말리는 강등전쟁, 막판 5경기에서 4승1무, 승점 13점을 단번에 쌓아올렸다. 쉽게 물러앉을 줄 알았던 강원의 뒷심은 막판 강등리그의 긴박감과 재미를 더하는 동력이다. '강원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승점 29로 12위 대구(승점 26)를 밀어냈다. 11위 경남과 승점이 같다. 경기 직전 "성남에게 올시즌 2번이나 쌍코피가 터졌다. 이번에 어떻게 준비했는지 보라. 지키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던 호언대로였다. 김용갑 강원 감독은 경기 직후 선수들을 손을 잡고 한명한명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격려했다. "강등전쟁속에서도 눈빛이 총총 빛나는 선수들을 볼 때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김용갑!"을 연호하는 원정 서포터석을 직접 찾아 깍듯이 고개숙였다. 이어 그가 향한 곳은 '강원FC 김용갑 감독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 앞이었다. "내가 시골 출신이다. 수도권 지인들이 응원왔다"고 했다. 50여 명의 지인, 축구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승리 후 짧은 행보와 인터뷰 코멘트를 통해 '강원 미라클'을 써내려가고 있는 '인간' 김용갑을 살폈다.

"5~6시간 푹 잡니다"

30일 성남전 직전 만난 김 감독은 말쑥했다. 강등권 감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말끔한 얼굴, 편안한 미소였다. 하루에 잠은 얼마나 주무시냐는 질문에 "5~6시간 푹 잡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가진 건 배짱뿐이거든요. 위축되면 안되죠. 감독이 당당하고 여유 있어야 우리선수들이 더 자신 있게 뛸 수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실패하자. 그러면 후회가 없지 않겠냐.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뛰는 팀은 결코 실패하지 않더라"며 웃었다.

"상대팀 비디오를 적어도 5~6번 봅니다"

"밥먹고, 훈련하고, 산책하고, 비디오 보고"가 김 감독의 하루 일상이다. 비디오분석관이 있지만, 감독의 연구는 별개다. 훈련이 없는 시간이면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상대 전력을 분석한다. 성남전을 앞두고는 성남 11번 김태환이 오른쪽 측면 돌파과정에서 수비를 교란하기 위해 몸을 좌우로 몇번이나 흔드는지까지 관찰했다. "보통 상대팀 경기 비디오를 5~6번씩 봅니다. 성남전은 준비기간이 사흘밖에 안돼 4번 밖에 못봤네요"라고 했다.

"성남에게 2번 쌍코피가 터졌다. 이번엔 어떻게 준비했는지 보라"

김용갑 감독은 부임 후 성남전에서 2연패했다. "쌍코피가 터졌다"고 표현했다. 이날 성남전은 '강등전쟁'의 분수령이라고 봤다. 김태환-김동섭으로 이어지는 공격루트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을 집중연구했다. 23세 이하 수비수 최우재와 김윤호의 협업 수비를 지시했다. 선수들을 향해 "지키려고 하지 말라, 물러서지 말라"고 했다. "내심 성남 원정에서 승점 1점만 챙겨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선수들에게는 무조건 승리를 주문했다. 비기려고 하면 진다."

"내가 퍼거슨이나, 무리뉴도 아니고"


강원의 5경기 무패행진 비결을 묻자 "내가 무리뉴나, 퍼거슨 같은 명감독도 아니고…"라며 자신을 낮췄다. 17세 이하 축구대표팀 코치(2002~2003년)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코치(2004~2005년) FC서울 코치(2006~2008년) 광저우 헝다 수석코치(2010~2012년) 등을 거쳤다. 감독은 처음이지만 경험만큼은 동급최강이다. "코치 시절 경험을 많이 했고, 선수들과 자유로이 소통했다. 감독이라고 해서 군림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눈높이에서 다가가고 있는 것이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같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우리 선수들에게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운동장에서 120% 이상 발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중국 광저우 헝다 수석코치 시절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올라가는 싸움을 해봤다. 그때는 지금보다 전력이 더 안좋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통하고 이해하면,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수십배의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하나가 된다면 못할 것도 없다. 기적도 일어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강등권의 축구는 축구가 아니라 전쟁"

김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유연한 축구'다. 하나의 전술에서 수백가지 창의적인 전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중국에서의 폭넓은 지도자 경험, 스페인, 브라질 축구연수를 통해 배운 것을 K-리그 클래식에 접목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현재 강원의 축구에 대해 "절대 유연한 축구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강등권의 싸움은 '축구가 아니라 전쟁'이다. 전쟁에선 비기는 게 있을 수 없다. 유연한 축구를 할 수 없다. 다른 팀이 잘하는 걸 못하게 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잘하는 것 한두가지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8할은 상대가 공격상황에서 하는 축구를 못하게 하고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적 축구로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고 했다.

"오늘로서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전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 감독은 성남전 직후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켰다며 흐뭇해 했다. 올시즌 강원FC의 전선수가 한명도 빼놓지 않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날 스무살 연습생 출신 김윤호가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어시스트에 가까운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신인 최승인의 활약도 칭찬했다. "김윤호는 김태환을 묶어냈고, 어시스트에 가까운 활약까지 했다. 데뷔전에서 여유있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 최진호의 결승골은 승인이의 머리를 맞고 진호에게 연결됐다. 강원의 미래가 밝다"는 말로 흐뭇함을 표했다. 김영후는 성남전에서 자신이 유도한 PK로 복귀골을 신고했다. '날쌘돌이' 최진호는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쏘아올렸다. 절체절명의 강등권 싸움인데 선수들은 오히려 신이 났다. "매경기 새로운 선수가 나와주고 있다. 감독으로서 기대된다"며 웃었다.

"선수들에게 이틀반 휴가를 줬다"

성남전 직후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틀반 깜짝휴가를 허락했다. 주말 경기가 없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에게 꿀맛 휴식을 선물했다. 신뢰와 자신감이었다. "선수들 스스로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다. 이틀반 내내 놀고 오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프로로서 사제간의 믿음은 확고했다. "선수들의 체지방량이 현격하게 줄었다. 김영후도 팀 복귀후 3㎏ 이상 체중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강원은 겉도 속도 단단해졌다.

"우리라고 맨날 밑에서 놀란 법 있습니까?"

5경기의 압력을 잘 극복하고 나면 다음 시즌이 기다린다. '전쟁'을 이겨내고 나면 '진짜 축구'를 할 수 있다. "FC서울, 광저우 헝다 자타공인 아시아 최고의 클럽에서 수석코치로 일했다. 1부리그, 2부리그, 정상과 바닥을 두루 경험했다. 브라질, 스페인 축구 현장에서 배운 것도 많다. 내가 생각하는 축구가 현장에서도 통하는지 꼭 한번 검증해보고 싶다"고 했다. 내년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상남자' 김감독의 대답은 호기로웠다. "우리라고 맨날 밑에서 놀란 법 있습니까?"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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