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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36)가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혔다.
-은퇴 준비를 5~6년 전부터 했다. 처음에 은퇴를 생각할 때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계속 긴 시간 동안 고민하고 준비하다보니 막상 은퇴를 말할 때 주변 분들이 아쉬워 하시더라. 고마운 부분이다. 웃으며 은퇴를 할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럽다. 가족들은 많이 아쉬워했지만, 아내는 나와 함께 예전부터 은퇴를 준비했다. 서로 수고했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순간은
-특별히 아쉬운 순간은 없었다고 본다. 굳이 꼽자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전 일본과의 친선경기서 2대0이 아닌 5대0으로 이기지 못한 것이다(웃음). 일본과의 맞대결 중 4무가 있는데, 4무도 아쉽다.
행정가 수업에 앞서 해설이나 다른 제의가 온다면 받아들일 생각은 있는가
-은퇴를 발표한 지 11일 밖에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시간을 갖고 고민할 생각이다.
27년 인생을 돌아볼 때 축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나 순간은
-그런 기억들이 몇 번 있었다. 첫 번째는 2002년 한-일월드컵 준비 기간 많은 훈련을 하고 강팀과 경기하며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월드컵 뒤 PSV에 입단해 3년 간 뛰면서 그동안 몰랐던 유럽축구를 이해하고 실제로 경기를 한 것에서 또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생 선배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대표팀이나 프로 무대에서 뛰는 후배들이 잘 하고 있는 만큼 특별히 당부할 만한 말은 없다. 굳이 한 마디 한다면, 좋은 선수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된다면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은 훨씬 더 쉬운 일일 것이라는 거다.
본인을 그리워 하는 이들에게 시간이 지나면 해주고 싶은 말은
-내가 은퇴를 준비할 때 생각했던 부분 중 '은퇴를 선언하면 나를 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적응이 된 만큼 시간이 흐른 뒤 나를 기억할 지 궁금증은 든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면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많은 이들고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렇게 기억해주신다면 가장 행복할 듯 하다.
대표팀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한 듯 하다. 캐나다에서 대표팀 경기를 봤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캐나다에서도 대표팀 경기를 봤다.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기분이 좋았다.
홍명보 감독은 한-일월드컵 때 주장으로 함께 뛰었다. 감독으로 변신한 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선배다. 대표팀에서 생각해왔던 한국 축구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수비에 대한 철학이 너무나 분명했다. 한국 축구가 올바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내가 알고 있는 홍 감독의 모습처럼 대표팀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년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은퇴를 고민했다고 했는데 왜 지금인지, K-리그에서 마지막을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시기가 언제가 좋을까라고 고민했는데, 6년이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축구도 좋지만 하고 싶은 일도 있었다. 항상 두 가지가 충돌했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봤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기는 했다. 동료들은 지난 시즌부터 왜 은퇴하려고 하냐고 말했지만, 나는 내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 동료들은 알지 못했다. 동료가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봤다. 내가 느낄 때 은퇴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K-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었다. 외국에서 뛰고 국내에서 마무리를 하는 게 분명 의미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많은 선수들을 만났을 때 K-리그에서 은퇴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해줬고, 그렇게 말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은가.
-축구선수로 훌륭한 선수는 아니었다고 본다(웃음). 축구 선수로 점수는 80점인 것 같다. 축구를 즐기고 즐거워 했다는 부분에선 100점인 것 같다.
은퇴를 앞두고 눈물도 보이지 않는데, 눈물을 보인 기억은 없나
-은퇴를 준비하는 내내 혼자 많이 울었다. 아쉬움의 눈물은 아니다. 너무나 감사해서 흘린 눈물이었다. 과거를 돌아볼 때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혼자 있을 때 눈물이 나더라. 이전에 울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울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도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할 것인가
-되도록 미래의 일을 이야기 하지 않으려 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변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야겠다고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은 있다. 당연히 축구에 대한 부분이다. 축구 안에서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라면 더 많이 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더 공부할 생각이다. 앞으로 2~3년 동안 모르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은퇴하게 되면서 안하게 되어 너무 좋은 게 있다면
-매일 같이 찾아오는 육신의 고통에서 자유롭게 된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면서 오는 부분에 대한 고통이 지금은 만성이 되어 극복할 수 있지만,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까진 선택권이 없었지만, 이제는 피할 수 있게 되어 상당히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 축구가 브라질로 가는 상당히 중요한 기간이다. 후배들의 플레이 중 아쉬운 부분이나 개선책이 있다면
-대표팀에 관해서 가장 잘 아시는 분은 홍 감독님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굳이 대표팀에 대해 코멘트하는 게 적절친 않다. 마음 속에 아쉬움과 보완점은 생각하고 있으나, 내가 느끼고 있는 부분은 대표팀 감독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언급하는 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스위스전에서 은퇴식을 하게 됐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스위스전을 치러 본 경험이 있는데, 어떤 경기를 했으면 좋겠는가
-스위스와 한국의 경기 스타일이 매우 흡사하다. 움직임이나 정신적인 부분이 비슷한 스타일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예측하기 힘들다. 아마 우리와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경기하는 팀을 어떻게 공략하는 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통해 알게 되는 부분도 중요하다.
제2의 이영표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후배 중 나와 비슷한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언론에서 긴 시간동안 왼쪽 풀백 자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많은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다른 포지션보다 왼쪽에 유독 좋은 선수들이 많아 한 선수를 꼽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만족할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보다는, 왼쪽에 유독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와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을 해주길 바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