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김병지가 알아본 '전남의 왼발윙어'안용우는?

기사입력 2014-03-14 16:08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2014 K리그 클래식 개막전 경기가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남 안용우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08/

하석주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별명은 '왼발의 달인'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에서 선보인 그림같은 왼발 프리킥은 선수시절 그의 전매특허였다. '왼발 레전드' 하 감독의 '왼발잡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전남 사령탑을 맡은 직후 '왼발 수비수'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을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으로 두루 활용하며 성장시켰다. 올시즌 돌풍의 팀 전남에서 하 감독의 선택은 '왼발잡이 윙어' 안용우(23)다.

동의대 출신 신인 안용우는 지난 8일 서울과의 개막전에 출격했다. 취재진도 예상치 못한 깜짝 선발이었다. 지난해말 우선지명 선수로 전남 유니폼을 입었다.'매의 눈' 하 감독은 지난해 11월 창원 동계훈련중 동의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안용우를 전격 발탁했다. 빠르고 영리한 움직임, 날카로운 왼발킥에 시선이 꽂혔다. 안용우는 태국 동계훈련 내내 날선 모습으로 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개막전 직전 크리즈만이 사타구니 부상을 호소했다. 하 감독은 크리즈만의 공백을 메울 선수를 고심했다. 안용우를 떠올렸다. 서울 원정을 떠나기 전 안용우를 불러올렸다. "편안하게 그냥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잘하든 못하든 나는 너를 믿는다."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막을 올렸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전남 안용우가 서울 강승조의 수비를 피해 슛팅을 시도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08/
서울과의 개막전, 25번 안용우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암벌 서울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속에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안용우는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한 것도 처음이었다"고 했다.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자신감 있게 더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처음 몸 풀땐 경기장의 분위기에 압도됐지만, 휘슬이 울리고나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며 웃었다. 오직 공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며 자신의 축구를 펼쳐보였다. 빠르고 저돌적인 돌파로 측면을 휘저었다. '광양루니' 이종호와 좌우로 위치를 바꿔가며 맹렬하게 움직였다. 전반 2차례의 유효슈팅은 위력적이었다. 전남 드래곤즈 서포터들이 한목소리로 "안용우!!!"를 연호했다. 관전하던 축구인들은 "25번 선수 누구냐"는 질문을 주고받았다. 프로무대 데뷔전에서 자신의 200%를 쏟아낸 안용우는 후반 37분, 다리에 쥐가 나며 교체됐다. 전남은 서울전 5연패를 끊고 짜릿한 첫승을 거뒀다.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막을 올렸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전남 안용우가 서울 김주영의 수비를 피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08/
안용우는 데뷔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경기를 하다보니 긴장이 풀리더라. 감독님, 코치님, 형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잘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윙어였다. 어릴 때부터 섰던 자리라 가장 익숙한 자리다. 수비를 재낄 때 짜릿함을 느낀다"며 웃었다. 개막전 승리 직후 선배들이 "데뷔전 축하한다" "잘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스스로 평가한 데뷔전 점수는 10점 만점에 '7~8점'이다. "여유있게 하는 부분에서 2~3점 부족했던 것같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안용우는 사실 철저히 저평가된 선수다. 단 한번도 연령별 대표팀에 발탁된 적이 없다. '매의 눈' 하 감독이 진가를 알아봤다. 선수생활중 수상 경력을 묻자 "아, 상 얘기하시면 작아지는데"라며 웃었다. '팀플레이어'이자 '언성 히어로(Unsung Hero)'다. '도움'에 강하다. 안용우는 지난해 FA컵 32강 성남일화-동의대전(4대2 승)에서도 1도움을 기록했다. 연장접전끝에 패하긴 했지만 프로팀을 상대로 대학팀이 선보인 파이팅과 스피드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안용우는 지난해 U-리그 영남1권역에서 동의대의 2년 연속 무패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18경기에서 5골14도움을 기록했다.

'백전노장 레전드' 김병지는 이날 경기직후 이례적으로 안용우를 언급했다. "첫경기인데 정말 잘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올시즌 영플레이어상을 한번 노려보라고 말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 감독은 "서울과의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뛰게 했을 정도면 뭔가 있는 선수 아니겠느냐"며 기대감을 표했다.

"'병지삼촌'이 영플레이어상을 노려보라던데"라고 하자 반색했다. "생애 첫 트로피를 프로 무대에서 받게 된다면 좋을 것같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K-리그에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드러냈다. 마음맞는 선배이자 한살 아래 동생인 이종호와 수시로 전술 이야기를 나눈다. "이종호 선수와는 처음 발 맞췄을 때부터 뭔가 잘 맞는 느낌이었다. 움직임도 좋고 위치선정도 좋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했다. 매경기를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 "한경기 활약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K-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이 맘속 깊은 곳에 숨겨둔 태극마크의 꿈으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다.

전남은 17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제주와 홈 개막전을 치른다. 올시즌 전남팬들에겐 '25번 왼발 윙어' 안용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즐거울 것같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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