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 과연 한국을 넘어섰나?

기사입력 2014-04-04 07:23


◇전북 한교원(오른쪽)이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와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G조 4차전에서 순시앙의 수비를 피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언젠가부터 중국 축구계에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한국을 만나면 공포심부터 느낀다던 말은 웃어 넘긴 지 오래다. 2010년 2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중국 대표팀은 한국을 3대0으로 눌렀다. 한국은 해외파가 빠진 채 나섰던 대회고, 중국은 최정예를 불러 모았다. 내실은 결과로 드러났다. 단 한 번도 한국을 꺾지 못했던 중국 축구사가 새로 쓰였다.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도 중국은 한국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중국 축구는 한국을 울렸다. 1년 동안 K-리그 팀을 상대로 무패(2승5무)를 달렸다. 지난해엔 광저우 헝다가 FC서울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3일 현재 K-리그 4팀이 중국 슈퍼리그 소속 팀과 치른 ACL 7경기 성적은 2승3무2패로 팽팽하다. 2일 전북과 포항이 나란히 승전보를 올리기 전까지 무승 중이었다. 중국 축구계에선 '한국을 넘어섰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과연 중국 축구는 한국을 넘어선 것일까.

외국인 빠지면 빈 껍데기

규모에선 한국을 넘었다. 1994년 출범 당시부터 중국은 승강제를 채택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1983년 탄생한 한국 프로축구가 지난해에야 승강제의 문을 연 것과 비교하면 20년을 앞섰다. 최근에는 질도 좋아졌다. 최상위인 슈퍼리그 팀들 대부분이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 전력을 강화시켰다. 슈퍼리그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 면면은 화려하다. 니콜라 아넬카(프랑스)와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루카스 바리오스(파라과이), 세이두 케이타(말리) 등 유럽 무대를 수놓았던 스타들이 대륙을 누볐다. 프레데릭 카누테(말리)와 아예그베니 야쿠부(나이지리아), 알레산드로 디아만티(이탈리아) 등 각국 대표 선수들도 현재 활약 중이다. 세계 최고 연봉자였던 다리오 콘카(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광저우 헝다의 아시아 제패에 일조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질은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도 최상위급이다. 수십억원의 연봉을 아낌없이 지출하는 각 구단의 통큰 행보가 주효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외국인 선수들 2~3명이 팀을 이끌 뿐, 중원과 수비라인에 포진한 중국 선수들은 조연이었다. 지난해 ACL을 우승한 광저우도 엘케손과 무리키(이상 브라질), 콘카 삼각편대 만으로 전체 득점의 90% 이상을 해결했다. 올해 ACL에 나선 팀들도 다르지 않다. 역설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이 없다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광저우 헝다와 산둥 루넝의 외국인 선수들을 철저히 막아 승리를 따낸 전북, 포항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도 못 벗어난 모래알 축구

중국 축구도 나름대로 발전은 했다. 올해 ACL에 나선 중국 선수들을 보면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상대 압박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다 패스미스를 연발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드리블로 1~2명은 제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췄다. ACL을 지켜본 축구계 관계자들은 "일부 중국 선수들은 개인기 면에서 한국 선수들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시아 무대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광저우 헝다 풀백 장린펑이다. 뛰어난 체격과 스피드, 개인기를 고루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마르셀로 리피 광저우 헝다 감독으로부터 김영권과 함께 "유럽에서도 통할 만한 실력을 갖춘 선수"라는 호평을 받았을 정도다.

개개인의 힘은 강하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은 한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력이다. 모래알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중국 축구의 뿌리깊은 개인주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패스보다는 드리블을 즐기고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이렇다보니 패스나 압박 등 국내파끼리의 연계 플레이는 떨어지는 편이다. 오랜 기간 발을 맞춰온 선수가 많은 광저우 헝다 정도가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그러나 광저우 헝다 역시 외국인 선수들이 빠진 채 K-리그 팀과 맞붙을 경우, 승리를 장담하긴 힘들다. 그라운드에서 필드플레이어 10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세밀한 조직력은 K-리그가 아직은 한 수 위다.

투자가 곧 발전이다

중국 축구의 투자 분위기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 체제가 종식되면, 중국 슈퍼리그의 거품도 금방 빠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각 구단에 투자 하는 게 결국 정부를 향한 충성경쟁이라는 시각에서 나온 것들이다. 정권 성향에 좌우되는 중국의 분위기를 보면 일면 납득이 간다. 그렇다면 중국 축구는 거품이 빠진 뒤 다시 그저 그런 변방리그로 전락하게 될까.

아니다. 중국 축구는 점차 아시아 중심으로 나설 것이다. 투자로 만든 초석은 깨지지 않는다. 일본 J-리그의 과거와 현재가 좋은 예다. 리그 초창기 흥행을 위해 각 구단이 지코와 둥가(이상 브라질), 게리 리네커(잉글랜드), 패트릭 음보마(카메룬) 같은 월드스타를 앞다퉈 데려왔다. J-리그 선수들은 이들의 훈련 방식과 경기 스타일을 고스란히 흡수해 발전의 길을 걸었다. 올해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한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역시 득점이라는 결과물보다 팀의 멘토 역할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분위기다. 포를란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골키퍼 김진현은 "확실히 슈팅의 무게감이나 속도, 각도가 틀리다. 함께 생활하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탈아시아급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들과 발을 맞춰 온 중국 선수들의 여건은 옛날의 J-리거보다 낫다. J-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이 소위 '한 물 간' 왕년의 스타였다면, 현재 슈퍼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유럽-남미 팀들도 군침을 흘리는 '수재'들이다. 배움의 질이 다르다. 눈에 익기 시작하면 습득은 금방 이뤄진다.

전통 속에 숨쉬는 땀과 눈물로 쌓아 올린 클래스는 유효하다. 하지만 못 오를 높이가 아니다. K-리그엔 언젠가부터 투자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정체를 넘어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대로라면 중국 축구가 한국을 뛰어넘을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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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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