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울산 원정에서 전남은 0대1로 패했다. 시즌 첫 4연패였다. 울산에게 5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광양으로 돌아오는 심야의 버스안,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았다. 시즌 첫 3연승 이후 4연패의 뒷맛은 썼다. 3일 6일 9일, 사흘간격으로 열린 3경기에서 모두 졌다. 야갼경기 후 파김치가 된 몸으로 잠을 청하던 선수들의 휴대폰이 일제히 울렸다. 선수단 긴급회식 공지 문자였다.
12일 저녁, 광양 인근의 고깃집에 전남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선수들의 상조회비를 갹출해 마련된 자발적인 자리였다. 무더운 여름 살인적인 일정속에 떨어진 체력을 소고기 회식으로 보충했다. 팀이 당면한 위기를 직시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고 생각을 공유했다. 스테보, 크리즈만, 레안드리뉴, 코니 등 외국인선수 4명을 포함한 전 선수단이 함께했다.
'테보형' 스테보가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에는 비온 뒤 해뜬다는 말이 있다." '상승세'인 수원과의 17일 홈경기를 앞둔 상황, '두려움 없는 전사' 스테보의 말 한마디에 선수들은 용기백배했다. '캡틴' 방대종은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속담으로 화답했다. "지금이 위기이고, 힘든 시기인 것은 맞지만, 이 위기를 잘 넘긴다면 진짜 강팀으로 갈 수 있다. 팀을 위해 한발 더 헌신하고, 팀이 원하는 방향이 행여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더라도 믿고, 다함께 따라가자"는 말에 선수들은 필승 의지를 불태웠다.
8월 수원, 부산, 전북과의 3경기에서 반전이 절실하다. 9월 인천아시안게임은 전남 선수단에게 또한번의 위기이자 기회다. 이종호 김영욱 등은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꾸준히 이광종 감독의 부름을 받아왔다. '왼발의 윙어' 안용우는 지난 6월 쿠웨이트와의 평가전에서 빠른 발, 날선 킥 등 발군의 기량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 이들의 빈자리는 비주전들에게 기회다. 전략가인 하석주 전남 감독은 시즌 초부터 이부분을 각별히 신경써서 준비해왔다. 8월 이후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체력적으로 가장 준비가 된 선수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전남은 선수층이 두텁지는 않지만, 어린선수들의 고른 기량과 좋은 멘탈, 끈끈한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팀이다. 전현철, 심동운, 김영우, 박선용 등 남몰래 뜨거운 땀방울을 흘려온 성실한 선수들에게는 천금의 기회다. 골키퍼 김병지를 비롯해 스테보 현영민 방대종 등 베테랑들이 굳건히 버티고, 그라운드에 굶주린 선수들이 패기있게 밀어붙여준다면 또한번의 반전 드라마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방대종은 "최근 경기를 나서지 못하지만 이를 갈고 훈련하는 선수들이 보인다. 그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의 공백을 잘 메워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결국 선수 개인이 발전해야, 팀이 발전한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더 발전할 것이고, 남은 선수들은 팀에서 기회를 받아 더 열심히 뛰면서 더 강해질 것이다. 결국 전남이 강해지고 발전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남은 지난 2월 진도 울돌목에서 '필사즉생'의 각오를 다지며 출정식을 가졌다. 스테보, 레안드리뉴, 송창호, 안용우 등을 보강하긴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과 몸값은 강팀들에 비할 바 아니다. 최근 제주, 전북, 울산 등 강팀에 잇달아 패했다. 그나마 있던 전력도 공백이 불가피하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배를 무찔렀던 '명량'의 정신이 필요한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영화 '명량'의 명대사처럼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희망이 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