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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책임으로만 돌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부산 구단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성효 감독이 이날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혀왔다고 발표했다.
자신사퇴는 흔히 구단들이 코칭스태프를 교체할 때 단골로 동원하는 수사일 뿐이다. 주변의 반응을 보면 부산 구단은 진작부터 감독 경질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듯하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이전의 부산과 현재의 부산을 비교해보면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당장 작년과 비교할 때 부산의 전력은 하향 일로였다. 지난해 부산 득점의 80%를 담당했던 양동현(현 울산), 임상협(현 상무), 파그너가 떠났다. 양동현과 임상협은 이적과 군복무로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4년간 부산의 간판 골잡이였던 파그너는 자신은 물론 코칭스태프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애매한 이유로 밀려났다는 게 에이전트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이원영과 장학영 등도 새로운 팀을 찾아 보따리를 쌌다.
비단 2014년 뿐만 아니라 부산은 그동안 김창수 한상운 등 쓸만한 재목을 내보내는데 치중했다. 2008년 대스타 황선홍 감독과 안정환을 영입하면서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던 게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전에 비해 전력 약화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지만 보강은 없었다. 구단의 경영 방침 때문이다. 부산 구단은 지난해부터 85억∼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선수와 사무국 직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보다 적으면 적었지 많지 않다.
부산 아이파크의 모기업은 최근 호텔신라와 합작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황금알'을 잡은 현대산업개발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구단주이자 대한축구협회 회장이다. 축구협회 수장이 이끄는 프로구단이란 점을 감안하면 너무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긴축 구조에서 이른바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해 이원영 등을 보내면서 절감된 예산을 전력보강에 재투자하는 것도 시원치 않았다. 결국 전력 누수로 인한 조급한 마음에, 한정된 주머니 형편에 따라 '아쉬운대로 이 선수라도…' 급히 메우다 보니 악순환이 이어졌다.
여기에 코칭스태프와 구단측이 한마음으로 의기투합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다른 관계자는 "훌륭한 셰프는 마술사가 아니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하기도 하지만 셰프의 기분도 잘 맞춰줘야 실력 발휘가 제대로 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올해 새로 부임한 변명기 사장의 '쉽지 않은' 스타일은 제주 유나이티드에 재임할 때부터 축구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스타일이 부산 구단에 와서도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예전과 마찬가지로 코칭스태프와 원만하게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증언이다. '마케팅은 감독이, 성적은 프런트가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회자될 정도다. 이른바 '데이터'를 중시하는 변 사장은 축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탁월한 전문 경영인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애정이 많아서 던지는 조언과 충고가 맞는 입장에서 전문영역에 대한 간섭으로, 불편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부산 주변에서는 우려스러운 정황들이 적잖았다.
축구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에서 구단 고위층과 감독의 마찰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진사퇴를 유도했든, 사퇴를 권유했든 결국 '칼'은 '갑'의 입장인 구단이 휘둘렀다. 부산이 그동안 보여온 속사정은 축구협회장의 프로팀치고는 매끄럽지 못했다.
과연 부산 구단이 프런트-코칭스태프-선수가 '삼위일체'가 되어 유기적으로 돌아갔는지 돌아볼 일이다. 2014년 이전 10년간 원활했던 부산 구단의 내부 속사정과 지금을 스스로 짚어보면 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