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전을 통해 본 와일드카드 손흥민 예상 활용법은?

기사입력 2016-03-30 01:01


ⓒAFPBBNews = News1

뛰지 않았지만 그의 이름은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신태용호의 와일드카드로 일찌감치 낙점된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 이야기다. 신태용호는 알제리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2016년 리우올림픽 준비에 나섰다. 신 감독은 25일과 28일 알제리와의 두차례 평가전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펼쳤다. 홍정운(대구)을 제외하고 소집한 22명을 모두 기용했다. 결과는 좋았다. 1차전에서 2대0, 2차전에서 3대0 승리를 거뒀다. 신 감독도 "시차적응이 된 알제리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알제리전은 최종엔트리 합류를 위한 경쟁의 장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4일 열린 레바논-태국전 명단 발표 자리에서 손흥민의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 발탁 사실을 밝혔다. 곧이어 알제리전 명단 발표를 위해 자리한 신 감독이 이를 인정했다. 유례없는 조기 와일드카드 확정이었다. 발표 시점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와일드카드가 손흥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낙점된 와일드카드, 신태용호 선수들은 한자리를 뺏겼다는 아쉬움보다는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현(제주)은 "개인적으로 같이 뛰어보고 싶었던 선배다. 같이 잘 맞춰서 해보고 싶다"고, 문창진(포항)도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발탁 가능성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정말로 된 것을 보니 신기하다"라며 웃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손흥민의 활용법이다. 신 감독은 "손흥민은 한국 최고의 선수다. 공격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에 최종 18명의 선수들이 어떤 조합을 이룰지 모르지만 맡은 임무를 다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좌우날개, 섀도 스트라이커, 최전방 공격수까지 뛸 수 있다. 올림픽 엔트리는 18명이다. 월드컵의 23명보다 적다. 때문에 손흥민의 멀티 능력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포지션은 2선이다. 신 감독은 3-4-3, 4-2-3-1, 4-1-4-1 등을 활용한다. 초점은 2선 공격수들의 득점력 극대화다. 손흥민이 가장 좋아하는 무대가 갖춰진 셈이다.

신태용호의 2선 공격수들은 중앙 지향적이다. 권창훈(수원) 문창진(포항) 류승우(빌레펠트) 등은 모두 소속팀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고 있다. 윙백들의 컨디션 저하로 측면 공격이 여의치 않은 지금 측면 돌파에 능한 손흥민의 존재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손흥민까지 2선에 가세할 경우 누군가 희생돼야 한다는 점이다. 신 감독 역시 이를 아쉬워했다. 신 감독은 "2선에 있는 선수들이 보이지 않게 너무 잘 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팀을 이끄는 선수들이고 나무랄데 없이 잘 하고 있다. 18명을 고를 때 2선 공격수 중 눈물 흘리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나도 슬프다. 하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 정에 끌리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손흥민의 가세로 얻어질 시너지도 반겼다. "손흥민이 합류하면 경쟁은 치열해질 것 같다."

2선이 아닌 최전방이 될 수도 있다. 알제리와의 2차례 평가전에서 터진 5골은 모두 2선 공격수의 몫이었다. 박인혁(프랑크푸르트) 진성욱(인천) 김 현(제주) 모두 높이, 스피드, 연계 등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지만 정작 최전방 공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골을 터트리지 못했다. 신 감독은 "최전방이 고민이다. 황희찬(잘츠부르크)도 들어온다. 모든 조합을 고려해서 원톱, 투톱 여부를 결정짓겠다. 리우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이끌어 내도록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답이 될 수 있다. 손흥민은 측면으로 포지션을 바꿨지만 데뷔 당시 그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였다. 토트넘에서도 심심치 않게 원톱으로 나선다. 최전방 고민이 계속될 시 신 감독은 전격적으로 손흥민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뒷공간 침투에 능한 손흥민과 패싱 센스가 좋은 신태용호의 2선 공격수는 좋은 궁합을 이룰 수도 있다.

손흥민은 리우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메달을 노리는 신태용호의 키플레이어다.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그가 가장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는 포지션을 골라주는 것, 신 감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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