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한다

기사입력 2016-03-30 01:01



리그와 A매치, 축구계를 양분하는 두 축이다.

리그는 클럽팀의 전유물이다. 호흡이 길다. 시즌내내 동고동락한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령탑의 레이더망을 벗어나지 못한다. 경쟁 또한 쉼표가 없다.

반면 A매치 기간은 대표팀의 영역이다. 클럽팀과 달리 호흡은 짧다. 허락된 시간에 최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 감독은 클럽을 누비는 최고의 선수를 발탁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사령탑의 축구 색깔에 따라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종종 현실과 명성이 충돌할 때가 있다. 현재의 지표인 경기력이냐, 이름값이냐에 따라 팬들의 호불호도 엇갈릴 수 있다.

그래도 선수 운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평가는 성적으로 귀결된다. 해피엔딩이면 '용병술'로 포장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역적'으로 전락한다.

불변의 진리는 있다. 클럽과 대표팀, 어느 팀도 소홀할 수 없다. 각 국의 축구 경쟁력은 클럽과 대표팀의 '동반 성장'에 있다. 클럽의 경우 산하에 유소년팀도 운영하고 있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

3월 A매치가 막을 내렸다. 올림픽의 해라 대표팀도 '투트랙'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슈틸리케호도, 신태용호도 고민의 늪에 빠졌다. 소속팀과 대표팀의 경계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대표 선수 선발의 첫 원칙으로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꼽고 있다. 하지만 그 틀이 흔들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유럽파, 신 감독은 23세 이하의 제한된 풀 인력에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공교롭게 두 팀 모두 풀백 포지션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는 이번 명단에 포함되면 안되지만 우리 팀이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고, 지난해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적어도 이번에는 이 선수들을 다시 부를 여력이 됐다. 지난해 보여준 좋은 모습에 대한 보답의 차원에서 불렀다." 하지만 떨어진 경기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레바논전의 김진수와 태국전의 박주호는 우리가 알던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소속팀에서 경기 출전이 어렵다보니, 플레이는 불안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명단에 들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됐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은퇴한 이영표와 차두리가 그라운드를 누빌 때는 양쪽 풀백은 늘 든든했다. 백업 자원도 훌륭했다. 한때 해외의 스카우트 1순위도 풀백 자원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이적은 독이 됐다. 이들의 입지가 흔들리다보니 풀백 포지션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신태용호도 마찬가지다. 23세 이하 선수들의 경우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이 쉽지 않다. 왼쪽의 심상민(서울)과 오른쪽의 이슬찬(전남)이 빠른 템포의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다. 신 감독도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양쪽 풀백의 경기력 저하가 불만이다." 신 감독은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선수들을 향해 "감독을 구워삶든 어떻게든 소속팀에서 살아남아라"고 주문했다.

축구는 11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만약 한 포지션에서라도 누수가 생기면 공멸이다.

슈틸리케호는 6월 스페인, 체코와의 A매치 2연전에 이어 9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돌입한다. 신태용호는 8월 리우올림픽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4, 5월 A매치 데이는 없고, 아직 시간은 있다. 그렇다고 대표팀 감독이 매듭을 풀 수는 없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각자도생이다. 개개인이 벽을 넘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워야 한다.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라운드에 없는 선수는 더 이상 선수가 아니다. 천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도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순간 최고의 가치는 사라진다.

감독 또한 이름값이 경기력을 넘을 수 없다는 인식을 잊어선 안된다. 플랜B와 C 등을 통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올림픽대표팀의 류승우는 올초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1부인 레버쿠젠에서 2부인 빌레펠트로 이적했다. 뛰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기회도 늘어났다. 그는 알제리와의 2차전 후 "소속팀에서 뛰다 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유럽파의 경우 시즌이 끝나면 여름 이적시장이 열린다. 현재의 팀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뛸 수 있는 새 팀도 물색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쉰 소리를 내고 있다.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한다. 이것이 명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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