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예선]또 만난 이란, 슈틸리케호 반환점 돌기 전 끝장내야 한다

기사입력 2016-04-13 19:47



한국 축구가 호흡하는 아시아권에선 '최상', '최악'의 조 편성은 무의미하다.

상대의 눈에 비친 한국은 늘 껄끄러운 존재다. 자만은 금물이지만 그 지위는 즐길 필요가 있다. 운명의 키는 한국이 쥐고 있다. 다만 모두가 무에서 출발하는 것은 동색이다. 한국 또한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러시아로 가는 마지막 문이 열렸다. 슈틸리케호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이란-우즈베키스탄-중국-카타르-시리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B조에는 호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태국이 포진했다.

아시아에 배정된 러시아행 티켓은 4.5장이다. 최종예선은 6개팀이 홈 앤드 어웨이로 10경기씩을 치러 순위를 가린다.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3위 두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자가 북중미 4위팀과 대륙간 플레이오프 통해 본선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의 과제는 2위 안에 드는 것이다.

"A조와 B조, 큰 의미는 없다. 어느 조에 속하든 월드컵을 가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출사표다.

또 다시 이란을 만난 것이 단연 최고의 화제다. A조 1위 싸움은 이란과 한국의 대결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긋지긋한 악연이다.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3회 대회 연속 최종예선에서 맞닥뜨린다.

희비는 항상 교차했다.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이 이란을 저격했다. 상대전적에선 2무였지만, 한국이 본선 진출에 성공한 반면 이란은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박지성(은퇴)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남아공행에 실패했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나란히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이 안방에서 치욕을 당했다. 2013년 6월 18일이었다.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최종전에서 한국은 이란에 0대1로 분패했다.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포르투갈)과 선수들이 한국 벤치앞으로 달려왔다.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향해 신나게 '주먹감자'를 날렸다. 또 4만여 '붉은악마' 앞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광란의 축제를 벌였다. 관중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했다. 비신사적 행위가 도를 넘었지만 패자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2014년 9월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도 이란을 경험했다. 그 해 11월 18일 원정 평가전에 나섰지만 심판진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0대1로 패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주심과 부심이 경기에 영향을 끼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좋은 심판과 함께 이란과 다시 한번 맞붙고 싶다"며 분통을 토해냈다.

슈틸리케호는 10월 11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이란과 처음 만난다. 안방이 아니다. '원정팀의 무덤'인 아자디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쉽지 않은 원정이다. 아자디스타디움은 고지대인 1270m에 위치해 있다.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10만명에 가까운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도 넘어야할 산이다. 그래도 '주먹감자'의 치욕은 갚아줘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이 부담스러운 상대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역사를 바꿀 때가 됐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제는 테헤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이란 원정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6차례의 대결에서 2무4패를 기록했다. 그 시간이 40년을 훌쩍 넘었다.

슈틸리케호의 길은 선명하다. 이란 원정을 비롯해 반환점을 돌기 전 러시아행의 6부 능선을 넘어야 한다. 최종예선은 9월 1일 시작돼 내년 9월 5일 마무리 된다. 올해 1~5차전이 벌어진다.

슈틸리케호의 첫 상대는 중국이다. '공한증'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한국은 중국과의 상대전적에서 17승12무1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뭐든지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 안방에서 첫 발을 떼는 만큼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닷새 후인 9월 6일에는 원정에서 시리아와 격돌한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해 홈 경기 대신 중동의 중립 경기장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2차예선에서는 오만에서 홈경기를 가졌다. 장거리 이동은 불가피하지만 심리적 압박은 크지 않다. 그리고 10월 6일 홈에서 카타르와의 3차전에 이어 이란 원정길에 오른다.

홈→원정, 흥미로운 흐름이다. 숨은 장점은 있다. 안방에서 컨디션 조율 및 전술 역량을 극대화한 후 원정에 나설 수 있다. 올해 마지막 최종예선은 우즈벡과의 5차전이다. 11월 15일 홈에서 충돌한다. 한국은 우즈벡과는 9승3무1패, 카타르와는 4승2무1패, 시리아와는 3승2무1패로 우세하다.

결국 올해 러시아행의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도 인지하고 있다. 그는 "까다로운 이란 원정이 예상되는 만큼 앞선 3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이란전 부담을 줄이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과의 1차전이 중요하다. 첫 경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향후 최종예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에 하나 최종예선 1~5차전에서 안갯속에 빠져들 경우 최종전인 10차전을 원정에서 치르는 등 불안요소가 있다. 조기에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제 공은 슈틸리케 감독과 태극전사들에게 넘어갔다. 긴장의 끈은 놓아서도, 놓을수도 없다. 러시아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수반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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