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다 잡은 승리 놓치고 상주에 3대4 역전패

기사입력 2016-05-01 17:20



전남이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역전과 동점을 반복하던 끝에 맞닥뜨린 허무한 패배다. 수비진의 실책이 뼈아프다.

전남은 1일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3대4로 역전패 했다. 선제골을 내준 뒤 3-1로 경기를 뒤집으며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상주에 따라잡혔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수비진의 실책으로 패널티킥을 연달아 2개나 허용,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상주가 가져갔다. 상주의 날카로운 측면 공격에 전남 수비진은 허둥대며 손쉽게 흔들렸다. 상주의 선제골도 전남의 수비 실책에서 비롯됐다. 전반 7분 전남의 문전에서 시도한 상주 박준태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히자, 박기동이 흘러나온 볼을 그대로 이어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박기동의 위치 선정이 좋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전남 골키퍼 김민식의 미흡한 볼 처리와 전남 수비수들의 느슨한 대응이 허무한 실점을 낳았다.

전남은 공격에서도 우왕좌왕했다. 미드필드 진영에서 공격으로 연결돼도 골문 앞에서의 과감함이 부족했다. 슈팅 타이밍을 놓치고 상주 수비수들에게 손쉽게 공을 빼앗기곤 했다.

예열이 길었던 전남은 전반 30분이 넘어서야 전열이 살아났다. 상주 진영으로 돌파하는 횟수가 늘었고 경기력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선봉장은 스테보였다. 7라운드까지 침묵했던 스테보는 전반 34분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다. 그에 앞서 유고비치가 수비수 3명의 압박을 뚫고 감각적인 슈팅을 때렸다. 상주 골키퍼가 쳐낸 볼이 흘러나오자 그 앞에서 기다리던 스테보가 골로 연결했다. 목마름을 해소한 스테보는 포효했고, 관중석에선 찌를 듯한 환호성이 터졌다.

1-1로 균형추를 맞춘 전남은 후반전 들어 집중력을 높였다. 역시 스테보의 발끝이 시작이었다. 후반 12분 스테보의 과감한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튕겨나오자, 유고비치가 그 볼을 받아 헤딩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후반 30분 스테보는 최효진의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으로 또 한번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어는 3-1. 전남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한 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전남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승자의 방심이다. 2골차 여유가 준 자신감이 전남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우선 상주의 공격 핵심 박기동을 놓쳤다. 선제골을 터뜨렸던 박기동은 후반 38분 황일수의 어시스트를 받아 득점을 성공시키며 전남을 1골차로 따라붙었다. 2골을 터뜨린 스테보에게 응수하듯 박기동 또한 전후반 1골씩 2골을 터뜨리며 3-2 스코어를 만들었다.

앞서 가던 순간에도 내내 불안했던 전남의 수비진은 끝내 허물어졌다. 패널티 지역에서 잇달아 파울을 범했다. 후반 43분 김성환에게 패널티킥을 허용한 전남은 3-3 동점을 허용했다. 전남 수비진은 당황했고, 연거푸 실책했다. 후반 추가시간 6분에 양준아의 파울로 상주가 또 한번 패널티킥을 얻었다. 양준아에겐 레드카드가 나왔고, 김성환은 침착하게 패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경기는 상주의 4대3 승리로 마무리됐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전남은 망연자실했다. 반면 상주는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발휘해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상주의 근성보다는 전남의 방심이 경기의 승패를 가른 더 큰 이유였다.

지난 24일 '제철가 더비'에서 '형님' 포항 스틸러스를 제물 삼아 지긋지긋한 '무승'의 고리를 끊어냈던 전남은 그 기세를 홈경기 첫 승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중위권 도약의 기회도 허무하게 놓쳤다. 1승3무4패(승점 6점). 여전히 11위다. 지난 광주전에서의 퇴장으로 이날 경기까지 벤치를 지키지 못했던 노상래 감독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하며 "모든 건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반면 3실점 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은 상주는 최후의 승자가 됐다. 7라운드까지 홈경기 무패(2승2무), 원정 3패를 기록한 상주는 원정경기 무승 징크스에서도 벗어났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조진호 상주 감독은 "1-3으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한 골만 만회하면 3-3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의 멘탈과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역전이 가능했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상주는 전남전 승리로 3승2무3패(승점 11점)를 기록하며 4위까지 올라갔다.


광양=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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