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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이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역전과 동점을 반복하던 끝에 맞닥뜨린 허무한 패배다. 수비진의 실책이 뼈아프다.
전남은 공격에서도 우왕좌왕했다. 미드필드 진영에서 공격으로 연결돼도 골문 앞에서의 과감함이 부족했다. 슈팅 타이밍을 놓치고 상주 수비수들에게 손쉽게 공을 빼앗기곤 했다.
예열이 길었던 전남은 전반 30분이 넘어서야 전열이 살아났다. 상주 진영으로 돌파하는 횟수가 늘었고 경기력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1-1로 균형추를 맞춘 전남은 후반전 들어 집중력을 높였다. 역시 스테보의 발끝이 시작이었다. 후반 12분 스테보의 과감한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튕겨나오자, 유고비치가 그 볼을 받아 헤딩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후반 30분 스테보는 최효진의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으로 또 한번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어는 3-1. 전남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한 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전남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승자의 방심이다. 2골차 여유가 준 자신감이 전남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우선 상주의 공격 핵심 박기동을 놓쳤다. 선제골을 터뜨렸던 박기동은 후반 38분 황일수의 어시스트를 받아 득점을 성공시키며 전남을 1골차로 따라붙었다. 2골을 터뜨린 스테보에게 응수하듯 박기동 또한 전후반 1골씩 2골을 터뜨리며 3-2 스코어를 만들었다.
앞서 가던 순간에도 내내 불안했던 전남의 수비진은 끝내 허물어졌다. 패널티 지역에서 잇달아 파울을 범했다. 후반 43분 김성환에게 패널티킥을 허용한 전남은 3-3 동점을 허용했다. 전남 수비진은 당황했고, 연거푸 실책했다. 후반 추가시간 6분에 양준아의 파울로 상주가 또 한번 패널티킥을 얻었다. 양준아에겐 레드카드가 나왔고, 김성환은 침착하게 패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경기는 상주의 4대3 승리로 마무리됐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전남은 망연자실했다. 반면 상주는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발휘해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상주의 근성보다는 전남의 방심이 경기의 승패를 가른 더 큰 이유였다.
지난 24일 '제철가 더비'에서 '형님' 포항 스틸러스를 제물 삼아 지긋지긋한 '무승'의 고리를 끊어냈던 전남은 그 기세를 홈경기 첫 승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중위권 도약의 기회도 허무하게 놓쳤다. 1승3무4패(승점 6점). 여전히 11위다. 지난 광주전에서의 퇴장으로 이날 경기까지 벤치를 지키지 못했던 노상래 감독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하며 "모든 건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반면 3실점 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은 상주는 최후의 승자가 됐다. 7라운드까지 홈경기 무패(2승2무), 원정 3패를 기록한 상주는 원정경기 무승 징크스에서도 벗어났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조진호 상주 감독은 "1-3으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한 골만 만회하면 3-3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의 멘탈과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역전이 가능했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상주는 전남전 승리로 3승2무3패(승점 11점)를 기록하며 4위까지 올라갔다.
광양=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