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수원더비'로 얻은 가외소득은?

기사입력 2016-05-16 18:00


수원 권창훈이 14일 열린 수원FC와의 수원더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5월의 반전, 빈 말 아니다.'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무승 징크스에 시달리던 4월을 마감하며 5월의 반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쉽게 지켜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4월 30일 치른 슈퍼매치(1대1 무)와 지난 8일 논란의 전북전(2대3 패) 후유증이 너무 컸다.

선제골 후 번번이 동점골을 허용하는 경기력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고 전력 손실도 많았다. 이들 연속 빅매치를 통해 수비수 곽희주 신세계 양상민이 퇴장과 경고누적으로 이탈했다.

대반전이 있었다. 14일 수원FC와의 역사적인 '수원더비'였다. 수원은 K리그 역사상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날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수원 구단 관계자들은 '수원더비'가 열리기 전 "사실 슈퍼매치보다 더 부담스럽다. 승리하면 당연한 거고 비기거나 패하면 온갖 비판이 쏟아지는, 잘 해야 본전인 경기"라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 본 입장이 이럴진대 선수단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수원은 6경기 연속 무승(5무1패)의 사슬을 끊고 K리그 역사에 기분좋은 한 획까지 그었다. '수원더비'의 흥행도 성공시켰다. 수원이 얻은 수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5월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소득이 있었다.

우선 수원은 위기 관리 능력을 찾았다. 이번 '수원더비'는 수원 전력상 커다란 위기에서 맞은 경기였다. 홍 철이 다리 수술로 빠진 가운데 곽희주 신세계 양상민까지 결장한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그렇지 않아도 수원은 올 시즌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는 현상을 되풀이하며 수비라인의 견고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라인을 정상 가동해도 동점골 허용 징크스를 피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판국에 핵심 자원이 무더기로 빠진 상황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수원은 그런 위기를 제대로 극복했다. 더이상 뒷심 부족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주전 공백을 슬기롭게 메워냈다. '수원더비'를 통해 확인한 위기 관리 능력은 수원의 향후 행보에 있어 청신호임에 틀림없다.

골키퍼 노동건의 진화를 완성한 무대 역시 '수원더비'였다. 25세의 입단 3년차 노동건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미완' 그 자체였다.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정성룡(31)이 일본으로 떠나면서 바통을 받았지만 정성룡을 더 그립게 만든 게 사실이었다. 시즌 초반 수원의 큰 고민거리가 골키퍼였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사일 뿐이다. 노동건은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수원 하면 골키퍼 명문이라고 하지 않나. 내가 그 바통을 잇지 못할까봐 걱정도 많았다"며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던 노동건은 중요한 슈퍼세이브로 골키퍼 명문가의 전통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이례적인 페널티킥 연속 슈퍼세이브 등으로 급성장한 그는 3일 상하이 상강전에서도 슈퍼세이브 행진을 펼쳤다.

이번 '수원더비'에서도 노동건은 가빌란, 레이어, 오군지미의 슈팅에 슈퍼세이브로 응수하며 팀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주변에서는 "이젠 다 컸다"는 말까지 나온다.

노동건의 완성된 진화까지 확인한 '수원더비'. 5월의 반전 희망을 높여 준 소득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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