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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심 명단까지 확인해야 할 판이다. '베스트 11'보다 누가 휘슬을 잡느냐가 더 중요해진 듯 하다.
29일 상암벌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서울과 전남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불신의 기운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서울도, 전남도 웃지 못했다. 1대1, 찜찜하게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흘 전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의 연장 120분에 이은 승부차기 혈투를 감안했다. 아드리아노와 데얀, 주세종, 고광민 등이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카하기는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투톱에 박주영과 윤주태가 선봉에 선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반면 전남은 23세인 이슬찬 고태원 이지민 조석재 등 젊은피로 맞불을 놓았다.
심판 판정은 이날도 뒷 말을 낳았다. 노 감독은 전반 계속해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오스마르가 동점골을 터트릴 당시 얻은 프리킥은 명백한 파울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각은 달랐다. "위험 진영에서 연거푸 프리킥 기회를 내주다 보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다. 그 부분을 위해 주심에게 어필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 않았나 싶다."
서울은 후반 41분 박주영이 센터서클 부근에서 볼을 가로챘지만 이내 파울이 선언됐다. 정당한 몸싸움에 휘슬을 불다보니 박주영은 강하게 항의했고, 경고까지 받았다. 인저리 타임도 논란이었다. 5분이 주어졌지만 전남의 지연 플레이로 1분여가 그냥 흘렀다. 하지만 주심은 정확하게 5분이 흐르자 가차 없이 종료 휘슬을 불었다. 서울이 억울해 했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주심에게 운영의 묘를 바라는 건 이날도 사치였다.
서울은 승점 23점(7승2무2패)을 기록, 이날 상주 상무에 역전승을 거둔 전북(승점 25·7승4무)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전남은 승점 8점(1승5무6패)으로 11위를 유지했다.
최 감독은 "며칠 전 힘든 경기를 치러 변화를 줬다. 매끄럽지 못한 경기를 펼쳤다"며 "그동안 쫓아가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오히려 편한 것 같다. 현 순위표는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승부를 봐야 할 시기는 오기 마련이다. 선두 자리를 뺏기면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크게 아쉬워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담담하게 돌아섰지만 서울로서는 찜찜한 뒷 맛까지 지울 수 없었던 경기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