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주심'이 재배정된 상암벌, 불신이 휘감았다

기사입력 2016-05-29 19:45


29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가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FC서울 박주영이 힘찬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29

이제 주심 명단까지 확인해야 할 판이다. '베스트 11'보다 누가 휘슬을 잡느냐가 더 중요해진 듯 하다.

'사고 주심'이 무대에 오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불신으로 시작됐다. 노상래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경기 직전 "FC서울하고는 정정당당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서울전에서 심판 판정의 피해를 봤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해야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그는 "보상", "마음 속 응어리" 등 위험발언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상대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은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시작 전부터 다소 찜찜했다. 김상우 주심이 배정됐다. 불과 한 달전이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수원 삼성과 서울전의 주심을 맡은 장본인이다. 올 시즌 첫 슈퍼매치의 주연은 수원도, 서울도 아닌 주심이었다. 엉뚱한 판정으로 논란이 됐다. 곽희주(수원)의 '퇴장성 파울'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그는 아드리아노(서울)가 1대1 찬스를 맞을 찰라에 이를 비신사적인 행위로 저지했다. 하지만 카드 색깔은 '옐로'였다. 결국 곽희주에 대한 판정은 오심으로 결정됐고, 그는 사후징계로 2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반면 김 주심에 대한 징계는 1경기 출전 정지로 조용히 마무리됐다.

29일 상암벌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서울과 전남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불신의 기운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서울도, 전남도 웃지 못했다. 1대1, 찜찜하게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흘 전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의 연장 120분에 이은 승부차기 혈투를 감안했다. 아드리아노와 데얀, 주세종, 고광민 등이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카하기는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투톱에 박주영과 윤주태가 선봉에 선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반면 전남은 23세인 이슬찬 고태원 이지민 조석재 등 젊은피로 맞불을 놓았다.

오스마르가 2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한 골은 자책골이었다. 오스마르는 전반 10분 백패스 과정에서 골키퍼 유상훈과 호흡이 맞지 않아 선제골을 헌납했다. 오스마르는 전반 41분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최 감독은 후반 22분 아드리아노, 29분 데얀을 수혈했다.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이 동시에 그라운드에 섰다. 아드리아노와 박주영이 잇따라 골문을 노크했지만 끝내 골망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남도 후반 40분 오르샤가 1대1 찬스를 맞았지만 그의 발을 떠난 볼은 허공을 갈랐다.

심판 판정은 이날도 뒷 말을 낳았다. 노 감독은 전반 계속해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오스마르가 동점골을 터트릴 당시 얻은 프리킥은 명백한 파울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각은 달랐다. "위험 진영에서 연거푸 프리킥 기회를 내주다 보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다. 그 부분을 위해 주심에게 어필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 않았나 싶다."

서울은 후반 41분 박주영이 센터서클 부근에서 볼을 가로챘지만 이내 파울이 선언됐다. 정당한 몸싸움에 휘슬을 불다보니 박주영은 강하게 항의했고, 경고까지 받았다. 인저리 타임도 논란이었다. 5분이 주어졌지만 전남의 지연 플레이로 1분여가 그냥 흘렀다. 하지만 주심은 정확하게 5분이 흐르자 가차 없이 종료 휘슬을 불었다. 서울이 억울해 했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주심에게 운영의 묘를 바라는 건 이날도 사치였다.


서울은 승점 23점(7승2무2패)을 기록, 이날 상주 상무에 역전승을 거둔 전북(승점 25·7승4무)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전남은 승점 8점(1승5무6패)으로 11위를 유지했다.

최 감독은 "며칠 전 힘든 경기를 치러 변화를 줬다. 매끄럽지 못한 경기를 펼쳤다"며 "그동안 쫓아가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오히려 편한 것 같다. 현 순위표는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승부를 봐야 할 시기는 오기 마련이다. 선두 자리를 뺏기면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크게 아쉬워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담담하게 돌아섰지만 서울로서는 찜찜한 뒷 맛까지 지울 수 없었던 경기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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