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리우행 도전 정승현-최규백, 첫 만남서 절친된 사연은?

기사입력 2016-06-14 17:43


◇정승현(왼쪽)과 최규백.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신태용호의 마지막 퍼즐은 중앙수비수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낙점했던 홍정호(27·아우크스부르크) 카드가 무산됐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지난 4개국 친선대회를 통해 기존 자원 실험을 택했다. 마지막 무한경쟁을 통해 옥석을 가리겠다는 의도였다.

가장 두드러진 선수는 정승현(22·울산 현대)과 최규백(23·전북 현대)이었다. 최근 소속팀에서 키운 경기력이 그대로 발휘됐다. 정승현은 뛰어난 제공권 장악 능력과 몸싸움을 펼치면서 신 감독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소속팀 울산에서 선배들의 그늘에 가렸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전북에서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찬 최규백은 탁월한 위치선정과 지능적인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 선수는 6월 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덴마크전에서 나란히 선발로 나서 호흡을 맞췄다.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정이 싹텄다. 정승현은 "(최)규백이 형과 그동안 친분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올림픽팀에서 만나보니 너무 잘 맞는 것 같다. 굉장히 가까워졌다"고 웃었다. 최규백도 "(정)승현이를 처음 봤지만 경쟁보다 공존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며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서자는 약속을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K리그 클래식에서 두 선수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정승현은 울산이 치른 13경기 중 9경기를 소화했다. 최근 들어 물오른 경기력을 발휘하며 팀 3연승에 일조하고 있다. 최규백은 올해 전북에 입단해 주전경쟁을 이겨내기 벅찰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듯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팀의 13경기 연속 무패(7승6무) 행진을 돕고 있다.

두 선수는 자신감의 원천을 소속팀에서 꼽았다. 정승현은 "사실 우리 팀에는 (이)재성이형과 (김)치곤이형, (강)민수형 등 쟁쟁한 수비수들이 많다. 선발로 기회가 주어질 때 매번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뛸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며 "윤정환 감독님은 '센터백 포지션은 K리그 클래식 팀 중 우리가 가장 강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네가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성장시켜주겠다'고 강조하신다. 믿음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최규백은 "선배들이 '올림픽에 나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도와주겠다'고 항상 말해준다. 사실 전북에 입단할 때만 해도 주전은 고사하고 올림픽 출전도 먼 이야기 같았는데 이 자리까지 설 수 있었던 것은 실력 있는 좋은 선배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리우올림픽은 이들에게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연령제한이 있는 대회 특성과 이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후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림픽을 향한 의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승현은 "대학(연세대) 시절부터 올림픽은 꿈이었다"며 "자다가도 올림픽 출전 생각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최규백의 다짐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신태용 감독님이 공격적인 축구를 원하신다. 나 역시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맞춤형 선수가 되고 싶다."


후회없는 도전은 아름답다. 정승현과 최규백은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올림픽 무대를 누비는 꿈을 꾸며 오늘도 달리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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