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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하다."
2012년 환희의 해였지만 곡절도 많았다. 6월 20일 FA컵 16강전에서 라이벌 수원 삼성에 0대2로 패하며 슈퍼매치 5연패의 늪에 빠지자 일부 팬들이 분노했다. 팀 버스가 나갈 길을 막고 드러누웠다. 퇴로는 없었다. 그는 선수들과 함께 1시간30분 동안 밀폐된 공간이 버스에 갇혔다. 떠나는 날인 이날이 공교롭게 챌린지 안산 무궁화와의 2016년 KEB 하나은행 FA컵 16강전이었다. 새삼 그 때를 떠올렸다. "버스에 갇히는 경험은 몇 명 못했을 것이다. 그때 느꼈다. 절대 살아남아야 겠다고." 결심은 꽃을 피웠다. 그 해 K리그는 최용수의 해였다. K리그 우승컵에 입맞춤하며 41세에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 팀에서 선수(2000년), 코치(2010년), 감독(2012년)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유일무이한 역사적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더 이상 거칠 것이 없다. '독수리(최용수 애칭)'는 날개를 활짝 폈다.2013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준우승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4년 K리그 3위, ACL 4강, FA컵 준우승으로 한숨을 돌린 그는 지난해 FA컵 정상을 차지하며 다시 한번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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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과 장쑤의 계약기간은 2년6개월이다. 7월 1일, 최용수의 장쑤 시대가 막을 올린다. 상상을 초월한 대우를 받는다. 기본 연봉이 300만달러(약 35억원)다. 계약기간의 총액이 무려 87억원에 이른다. 각종 수당 등을 합치면 연간 500만달러(약 58억원)가 넘는 엄청난 몸값이다. 최 감독은 "새롭게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것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두려움은 없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가는 것은 가는 것이고 팀을 FA컵 8강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이 마지막 임무다. 깔끔하게 오시는 분(황선홍 감독)에게 선물하고 싶다. 승리를 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의 고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라운드에는 아쉬움만 물결쳤을 뿐 비난의 목소리는 없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서울의 영웅 최용수', '독수리 2011~2016 더 높을 곳을 향해', '최용수 감독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최용수"를 연호하는 함성도 상암벌을 휘감았다.
해피엔딩이었다. 최 감독은 마지막 선물로 팀의 FA컵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윤주태가 전반 29분과 후반 9분 박주영의 도움을 받아 멀티골을 작렬시켰다. 윤주태는 두 차례 모두 골을 넣은 후 최 감독에게 달려가 포옹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서울은 챌린지 선두 안산을 2대1로 제압했다. 안산은 후반 31분 황지웅이 만회골을 터트렸다.
최후의 휘슬이 울렸다. 적장인 이흥실 안산 감독은 최 감독의 중국 진출에 "좋은 대우로 인정을 받고 나가는 것이다.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 최 감독이 서울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고별식에선 최 감독이 1994년 서울의 전신인 LG시절부터 걸어온 길이 대형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팬들은 다시 한번 "최용수"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로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최 감독은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홈팬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젊은 청춘을 다 바쳤다. 서포터스가 큰 힘이 됐다. 표정관리를 하는 선수들도 있는데(웃음), 선수들의 행운을 빌고 올 시즌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잠시 다녀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감독은 바통을 이어받는 황선홍 감독에게 "경험과 내공, 전술 전략적으로 응용력이 뛰어난 분"이라며 "선수들의 부상이 없는 상황에서 황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한다면 분명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침표다. 상암벌의 한 켠에선 '최용수라고 쓰고 명장이라 읽는다'는 플래카드를 펄력이고 있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