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감독은 서울 잡는 법을 알고 있다

기사입력 2016-06-26 18:10



"최용수 감독의 스리백에 대해 좀 알 것 같은데 떠나서 아쉽다."

최용수 감독의 장쑤 쑤닝행을 바라보는 최진철 포항 감독의 농담 섞인 반응이었다. 그냥 농담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포항이 또 서울을 잡았다. 포항은 25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서울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서 2대1 승리를 거뒀다. 포항은 5월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첫번째 맞대결에서도 3대1로 이겼다.

후반 다소 흔들렸지만 전반은 최진철 감독의 말대로 "올 시즌 가장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포항은 전반 5분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문창진의 스루패스를 받은 강상우가 오른 측면을 허물며 강하게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다. 양동현이 이를 왼발로 밀어넣으며 1-0으로 앞섰다. 전반 30분 추가골을 넣었다. 양동현이 김원식을 제치고 가운데로 내줬고, 심동운이 정인환을 제치고 왼발슈팅으로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양동현은 첫번째 대결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심동운도 서울전 연속골에 성공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아드리아노에 추격골을 내줬지만 포항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2대1 승리를 마무리했다.

최진철 감독이 서울을 잡은 핵심 포인트는 측면이다. 공격도, 수비도 모두 측면이 열쇠를 쥐고 있었다. 3-5-2와 3-4-3을 병행하는 포항은 서울전에서는 3-4-3을 고집한다. 측면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부터 살펴보자. 포항은 서울전에서 좌우 윙백들의 공격가담 비율을 높인다. 스리톱이 중앙으로 좁히며 윙백들이 측면을 장악한다. 스리백을 쓰는 서울이 좌우윙백이 내려오며 파이브백을 완성하기 전, 그 순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포인트다. 첫 골도 이 부분에서 나왔다. 김치우와 오스마르의 틈을 강상우가 파고들며 기회를 만들었다. 포항은 박선주-강상우 두 윙백이 시종 날카로운 오버래핑을 보였고, 문창진-심동운 두 윙포워드는 측면보다는 중앙, 앞선 보다는 2선에서 움직였다. 측면이 무너진 서울 수비는 중앙이 헐거워지며 양동현에게 여러차례 찬스를 내줬다.

수비시에도 측면이 핵심이었다. 포항은 순간적으로 윙백 하나를 내려 포백으로 전환했다. 4-4-2 형태로 변화를 꾀하며 세계적으로 유행중인 두줄 수비를 만들었다. 두줄 수비는 최진철 감독이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즐겨쓰던 전술이었다. 포백과 미드필드를 일자로 구성해 그 사이에 상대를 가두는 전략이다. 포백으로 상대 측면을 무력화시키고, 두줄 수비로 2선으로 내려오는 데얀의 행동반경을 줄였다. 데얀의 패스 줄기가 막히면 아드리아노의 파괴력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조수철 박선용 박선주 등 기동력이 좋은 선수들이 미드필드를 장악하며 최 감독의 의도는 완벽히 적중했다. 서울전 2연승은 최진철 감독 전술의 승리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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