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천 선수단 분위기…'내기'가 많아졌다?

기사입력 2016-07-10 18:00





"커피 자주 얻어마십니다."(김도훈 감독)

"선수들 연봉 더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박영복 대표)

집안 일이 잘 풀리면 웃음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 그것도 우여곡절을 딛고 되찾은 웃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요즘 인천 유나이티드 분위기가 그렇다. 5월까지 최하위,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인천은 6월 들어 반등에 성공하며 강등권에서도 탈출했다.

한때 서포터스 항의 소동이란 수모까지 겪어야 했지만 포백→스리백 전술 변화, 구단의 재정난 감소 등이 뒷받침되면서 확 달라졌다.

지난 9일 광주와의 원정경기서도 0-2로 끌려가다가 후반 30분 이후 2대2로 따라붙을 만큼 뒷심과 승부근성도 넘친다.

그만큼 선수단 분위기가 향상됐기 때문이다. 인천의 달라진 분위기는 평소 훈련장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웃음이 많아졌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커피, 얻어마시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선수들 사이에서 '내기'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상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부정적인 '도박'같은 게 아니라 유쾌한 '내기'를 말한다.

이번 광주전에서도 교체 투입돼 1-2 추격골을 어시스트한 '극장골의 사나이' 송시우는 "선수들과 볼 뺏기같은 훈련을 할 때 술래로 걸리면 음료수 내기를 걸곤 한다"고 말했다.

5월까지만 해도 웃음기 찾아보기 힘들었던 선수들이 반등과 함께 자신감을 되찾자 이왕이면 훈련도 즐겁게 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내기'로 확산된 것.

이 덕분에 활기찬 훈련 분위기를 바라보는 코칭스태프는 흐뭇하기만 하다. 덤으로 술래가 돌리는 음료수까지 얻어먹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유쾌한 '내기'에 대해 재미난 원인 분석도 곁들였다. "요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니까. 음료수 사는 인심도 후해진 것 같다."

선수들 주머니 사정에는 구단의 달라진 태도가 뒷받침한다. 박영복 구단 대표는 최근 선수단에 약속한 게 있다. "예전처럼 수당 밀리는 일은 없다. 앞으로 승리수당은 승리한 경기 다음날 어김없이 입금해주겠다. 단, 경기 다음날이 은행 업무를 하지 않는 일요일·공휴일일 경우 하루만 봐달라."

따로 '뒷돈' 주는 것도 아니고 줘야 할 수당을 제때 지급하는 것뿐이다. 그동안 구단의 관심과 성원을 받지 못했던 인천 선수들 입장에서는 작은 배려도 동기부여가 되는 모양이다.

구단의 달라진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 대표는 매주 2∼3일은 선수단 훈련장을 찾아가 업무를 본다. 감독은 물론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제격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훈련장 방문을 시작하고 나서 느낀 점이 많다. 경기장에서 승패 결과만 놓고 일희일비했던 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면서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준비하는지 목격하고 나니 마음같아서는 선수들 연봉을 더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구단의 최고 수뇌부가 선수단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김 감독의 입에서도 "최대한 지원해주려고 하는 박 대표께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구단 관계자는 "요즘 무더위에 귀찮을 법한데 자발적으로 합숙하고 개인훈련을 늘리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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