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엉망 연기사태'후유증…경비정산 마찰 우려

기사입력 2016-09-21 20:30





'어찌하오리까.'

초유의 '잔디 문제'로 인한 경기 연기 사태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피해자 인천 유나이티드가 울상이다.

이른바 '한가위 악몽'이 닥친 것은 지난 17일. 이날 오후 4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상주-인천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0라운드가 '그라운드 사정'으로 연기됐다.

경기장 잔디 개보수가 마무리 되지 않은 그라운드에 장대비가 내리면서 엉망이 되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프로연맹)이 대회 규정 30조 2항(경기장 준비부족, 시설미비 등 점검미비에 따른 홈팀의 귀책 사유로 인하여 경기 개최 불능, 또는 중지-중단 되었을 경우, 재경기는 원정팀 홈구장에서 개최한다)에 따라 하루 뒤인 18일로 경기 연기를 선언했다.

이후 속된 말로 '생쇼'가 벌어졌다. 인천 선수단은 명절 연휴 귀경길 정체를 뚫고 부랴부랴 인천으로 돌아가 예정에 없던 '1박'을 더 한 뒤 경기를 준비했다. 상주 선수단도 부랴부랴 행정처리를 마친 뒤 밤 늦게 인천으로 달려갔다. 대이동 소동을 벌인 후유증 탓인지 18일 인천에서 재개된 경기에서 두 팀은 득점없이 비겼다.

이 과정에서 인천은 헛돈까지 날렸다. 인천에서 상주로 이동하는 교통 비용과 구미에서의 하루 숙박비는 의미없는 지출이 돼 버렸고, 인천으로 돌아와 호텔에서 하루 더 숙박하느라 추가 비용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예정에 없던 홈 경기 운영비용까지 발생했다.

인천 구단이 프로축구연맹에 제출한 관련 비용 정산 요청서에 따르면 원정지 이동·숙박비 700만원, 인천 숙박비 500만원이다. 인천으로서는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켰다. 추가 비용이 더 있었지만 정산 요청서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예정되지 않았던 홈 경기를 준비하느라 들어간 돈이 900만원이다. 보통 홈 경기 한 번에 1100만원이 드는데 무료입장을 했기 때문에 티켓 인쇄비 200만원이 빠졌다.

18일 인천 경기에 4563명이 입장한 것을 감안하면 입장 수입 2500만∼3000만원도 그냥 날려버린 셈이다. 이런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4000만원 이상 손실을 봤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 형편이 어려운 인천 구단으로서는 피같은 돈이 아닐 수 없다. 인천 구단 딴에는 연맹을 통해 상주 구단 측에 비용 정산을 요청하면서 예의를 지켰다. 선수단 이동과 숙박비만 요구한 것이다. 홈 경기 운영비 900만원은 구단 자체 예산으로 처리하기로 했고 하는 수 없이 무료 입장으로 인한 수입 손실도 감수하기로 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명절 연휴 마지막에 인천 시민을 위해 팬 서비스를 한 것으로 위안삼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수단이 이동하고 숙박하느라 지출한 1200만원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 연기 사태가 인천의 책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억울하게 날린 돈이다. "만약 18일 경기에 승리했더라면 승리한 기분으로 그냥 덮고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연기 사태가 경기력에 영향을 끼쳐 비겼다고 생각하니 더 억울하는 생각"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데 난항이 예상된다. 상주 구단 측이 상주로 원정오는 데 날린 비용 700만원을 해결해주겠지만 인천 숙박비 500만원에 대한 정산은 거부했기 때문이다. 상주도 군인팀인데다 잔디 보수업체의 말을 믿었다가 당했기 때문에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주 구단과 잔디 보수업체간의 책임 다툼은 인천 구단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억울하게 지출한 비용만 정산받기를 바랄 뿐이다. 두 구단의 입장이 팽팽해 원만한 합의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천 구단은 연맹에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연맹은 일단 구단간 합의를 유도한 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벌위원회를 통해 직권 조정권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연맹 관계자는 "인천 구단의 억울한 입장을 이해한다. 상주 구단의 책임이 큰 것은 사실이다. 아직 상주 경기 연기 사태가 상벌위에 상정되지 않았지만 구단간 분쟁이 커질 경우 상벌위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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