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광주FC, 광주시는 '강 건너 불구경'

기사입력 2016-10-26 21:47


광주 정조국(왼쪽)이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광주FC의 한숨이 가을만큼 깊어지고 있다.

광주FC는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돌풍의 팀으로 꼽힌다. 어린 선수들과 남기일 감독(42)의 지도력, 여기에 정조국까지 합류해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2014년 챌린지(2부 리그)에서 승격한 뒤 지난해 승격팀 최초로 잔류에 성공했다. 올시즌에도 클래식 생존 가능성이 높다. 2013년 K리그 승강제 도입 후 최초의 2시즌 연속 잔류 승격팀의 꿈에 부풀어있다.

분투를 펼치고 있는 광주FC. 하지만 정작 경기장 밖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달 선수단 임금이 체불됐다. 광주는 클래식 12개 팀 중 가장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는 팀이다. 광주FC는 올시즌 71억원(시예산 60억·광고후원금 11억)으로 살림을 꾸렸다. 시 지원금 60억원 중 20억은 추경 예산에 포함돼있어 12월에야 집행이 가능하다.

다른 시도민구단인 수원FC(시예산 80억·광고후원금 23억), 성남(시예산 80억·광고후원금 100억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규모다. 인천(시예산 50억·광고후원금 80억)도 고질적인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5월 인천시가 추경예산 21억을 편성하는 등 총 46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갈증을 해소했다. 여기에 수원FC는 그룹B로 내려간 뒤 잔류를 위해 선수단에 경기당 1억5000만원의 수당을 약속했다. 인천도 선수 1인당 500만원의 수당을 걸었다.

광주FC의 상황은 180도 다르다. 광주시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광주FC는 지난 8월에도 임금 체불 위기에 처했지만 정원주 광주FC 대표가 국민은행으로부터 15억원을 대출받아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광주FC 선수단 월 급여는 2억 7000만~3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운영비를 더해 매달 5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지난 9월도 광주은행의 3억원 후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이번엔 방법이 없다. 광주시가 광주FC를 외면했다. 정 대표가 사의를 표하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광주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광주FC 관계자는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돌파구가 없다"며 "광주시도 우리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전혀 협조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대표이사와 단장도 노력중이지만 현 상황에선 시 지원 외엔 방법이 없다"며 "대표이사가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위기를 넘겼지만 더 이상은 큰 부담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광주시는 손을 놓고 있다"고 성토했다.

광주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시도민 구단주들은 종종 경기장을 찾아 팀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윤장현 시장은 경기장도 잘 찾지 않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광주FC는 광주시의 무관심 속에도 괄목할 행보를 보였다. 평균관중도 매년 꾸준히 증가추세다. 2014년 1344명을 기록했지만 2015년에는 2188명, 올시즌은 현재까지 3698명이다. 광주FC는 이번 시즌 평균관중 4000명을 달성하고 다음 시즌 6000명을 목표로 달려갈 계획이었다. 선수단 분위기도 최고조였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 잡았고, 광주FC 특유의 물러서지 않는 축구로 시도민구단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재정난으로 벼랑 끝에 몰린 광주FC의 읍소에도 요지부동인 광주시. 이대로라면 광주FC의 미래는 암담하다. 광주시의 책임감 있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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