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전]태극마크의 자부심, 투혼으로 증명하라

기사입력 2016-11-14 18:00



탈출구가 없는 승부다.

우즈벡전을 앞두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목표는 오로지 승리 뿐이다. 2승1무1패(승점 7)로 이란(승점 10), 우즈벡(승점 9)에 밀린 3위에 그치고 있는 한국이 이번 경기서 비기거나 패할 경우 '9회 연속 본선행'의 목표가 흐릿해질 수도 있다.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우즈벡전 채비를 마쳤지만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슈틸리케호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돌아보면 지난 한 달이 정신없이 흘렀다. 카타르전 승리 뒤부터 시작된 크고 작은 논란은 이란전 패배로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태극전사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고 위기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 속에 팀 분위기는 침체 일로를 걸었다.

반전 카드는 차두리 전력분석관이었다. '슈틸리케호 1기' 체제의 맏형이었던 그의 리더십은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로 결말을 맺었다. 선후배를 가리지 않는 호탕한 성격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을 했다. 선수가 아닌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이번 대표팀에서도 차 분석관은 발빠른 소통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캐나다전 승리로 나타난 '차두리 효과'가 이번 우즈벡전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결전을 위해 방한한 우즈벡은 양보할 기색이 전혀 없다. 열악한 재정에도 전세기까지 동원하는 정성을 들였다. 선수들의 눈빛은 더욱 매서워졌다. 4년 전 한국에 밀려 사상 첫 본선행에서 멀어진 아픔, 지난해 1월 호주아시안컵 8강전 연장 패배의 앙갚음을 이번 원정을 통해 한꺼번에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동기부여가 탄탄한 우즈벡은 언제든 전력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 양국이 처한 상황을 따져보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한국 44위·우즈벡 48위)이나 역대전적(9승3무1패)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의 혈전'이 불가피하다.

한국 축구의 성장은 월드컵과 궤를 함께 했다. 축구 선진국인 유럽 무대에서 한국 출신 선수들이 아시아 넘버원으로 군림할 수 있는 배경은 월드컵, 나아가 한국 축구를 위한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분위기를 다잡아가면서 돌파구를 만들어 왔다. 선수들 스스로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실력과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무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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