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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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순에게 10년 전 우승은 아쉬움이었다. 2006년 전북에 입단한 최철순은 ACL 결승 당시 19세 이하 대표팀에 차출된 상태였다. 직접 뛰며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던 2011년 결승에서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래서 이번 결승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최철순은 이번 결승의 '키맨'이었다. 알 아인에는 '천재'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포진해 있었다. 전북 입장에서는 오마르를 마크하고 경기의 중심을 잡아줄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 이 호와 신형민이 나설 수 없었다. 최 감독의 선택은 최철순이었다. 최철순은 주 포지션이 오른쪽 풀백이지만 전술 변화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갔다. 이미 리그에서 아드리아노(서울) 등을 마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ACL은 또 다른 무대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오마르의 기술은 이미 아시아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수비수임에도 불구, 이날 경기 MVP는 최철순이었다. 그의 혼이 담긴 수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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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태는 10년 전 환희를 기억하고 있었다. "10년만에 찾아온 기회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베테랑 '캡틴'의 가볍지 않은 약속, 등지고 선 골문 처럼 그는 이 말을 목숨처럼 지켰다. 10년 전 우승 당시 전북의 골문을 지켰던 권순태는 이번에도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전북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알 아인의 파상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조성환 김형일 두 중앙 수비수는 상대의 빠른 공격에 여러차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북 골문 앞에는 권순태란 큰 산이 있었다. 권순태는 전반 10분 오마르의 헤딩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내며 선방쇼의 서막을 열었다. 전반 43분 더글라스의 페널티킥이 크로스바를 넘기며 두번째 위기를 넘긴 권순태는 후반 들어 연속으로 슈퍼세이브를 기록하며 전북성 함락 시도를 온 몸으로 막아냈다. 후반 29분 더글라스의 슈팅을 펀칭으로 막았고,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날아온 오버헤드킥도 몸을 날려 방어했다. 36분 디아키의 결정적인 슈팅마저 막아내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권순태는 풀썩 쓰러졌다. 계속된 파상공세 속에 이어진 위기의 파도를 고도의 집중력으로 넘어서는 순간 피로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가 이번 경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권순태는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비롯해 공격수들의 슈팅 타이밍이나 습관 등을 수도 없이 공부했다"며 "끊임없이 연구한 덕을 본 것 같다"고 했다. 10년 전 막내로 ACL 트로피를 만졌던 권순태는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가장 먼저 ACL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무려 9개의 선방, 권순태는 이날 가장 크게 웃을 자격이 있는 선수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