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당돌한 도전, '입장권 가격↑' 옳았나?

기사입력 2016-12-25 18:36



이적시장 판도를 흔든 강원FC가 이번엔 '팬심'을 흔들었다.

강원은 최근 2017시즌 홈 경기 입장권 및 시즌권 가격을 공표했다. 주목을 끈 것은 '경기 차등제'다. '빅클럽'인 전북 현대, FC서울, 수원 삼성과의 맞대결과 개막전, 스플릿 그룹 A, 그룹B가 확정되는 클래식 33라운드, 시즌 최종전을 A등급으로 분류했다. 군팀인 상주와의 홈 경기를 C등급으로 분류했고 나머지 팀과의 홈 경기는 B등급으로 정했다.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G1석의 A등급 경기 성인가는 5만원이다. 지난달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A매치 평가전 1등석,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중국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 2등석 입장권 가격과 동일한 금액이다. K리그 클래식을 봐도 파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관중동원력 1위를 다투는 전북, 서울의 최고가 입장권(1인 기준)과 비교해도 40% 가량 높게 책정된 금액이다. 일부 팬과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강원의 새로운 시도. 어떻게 봐야 할까. K리그 입장권 가격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홈 경기가 19~20차례에 달하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이 10만원대 안팎의 시즌권을 내놓았다. 궁극적 목표인 수익 창출을 위한 과정 중 하나인 객단가 상승을 '저렴한 입장권'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1일 내놓은 K리그 구단별 평균 객단가는 5141원이었다. 1위를 기록한 서울이 올해 처음 '1만원대(1만287원)의 벽'을 깼다. 이를 두고 '우수한 경기력에도 제 값을 못 받는다'는 지적과 '경기 외 컨텐츠의 부재'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섰다. '입장권 가격이 낮다'는 의견은 대부분 동의했지만 '가격 인상'을 어떻게 접근하느냐를 두고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강원의 시도에 박수를 치면서도 이번 조치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품성 개선'은 이미 시작됐다. 강원은 '폭풍 영입'으로 가치를 확 끌어 올렸다. 클래식 최우수선수(MVP) 정조국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출신 이근호 오범석 이범영 등 스타들을 데려오면서 경기력 상승과 볼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새 시즌 홈 경기도 강릉종합경기장에서 평창알펜시아스타디움으로 옮겨 치르기로 했다. 관중석은 1만866석에 불과하나 축구전용구장과 다를 바 없는 뛰어난 시설에 스키점프대, 인공폭포 등 다양한 볼거리도 갖춰져 있다. '악재'로 지적됐던 접근성은 시즌 초반 셔틀버스 운행을 통해 커버하기로 했다.

문제는 '체감효과'다. 팬들은 단순히 경기 만을 위해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 입장권 가격에 걸맞는 경기장 내 편의시설, 먹거리, 이벤트 등 다양한 요소를 두루 기대한다. 지난해 강원은 평창에서 홈 경기를 시범 개최한 바 있다. 종합경기장에서 전용구장으로 바뀐 관람 만족도는 충족됐지만 편의시설이나 매점, 동선관리 등 부대시설 환경 및 활용은 부족했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강원 측은 '시즌권 사전 신청 등록 첫 날(23일) 17시간 만에 600여장이 주인을 찾았다'며 '지난해 불과 138매(각 지자체 할당 포함 945매)의 연간회원권 판매에 그친 것과 크게 대비된다'고 밝혔다. 강원은 G1석 시즌권 가격을 사전 등록 기간 70% 할인가인 26만원에 내놓았다. 높게 측정된 입장권 가격이 되레 시즌권 판매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새 시즌 개막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판매 촉진을 위한 이슈몰이와 알펜시아스타디움의 문제점 개선 등이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알펜시아스타디움을 '놀 만한 곳, 가 볼 만한 곳'으로 만들겠다. 매 경기 홈 경기 매진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강원의 도전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축구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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