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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같은 팀은 레전드 이벤트도 많던데 부산은 챌린지라 찬밥 신세인가?"
이같은 부산 축구팬들의 아쉬움이 풀린다. 부산축구의 대표 레전드 김주성(51·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이 구덕운동장을 깜짝 방문한다.
부산 구단은 19일 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경남과의 K리그 챌린지 3라운드 홈경기서 올드팬들의 갈증을 덜어주기 위해 김주성 실장을 초청한다. 사실 김 실장은 지난 2015년 말 부산-수원FC의 승강플레이오프 때 구덕운동장을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순전히 개인 자격으로 은밀하게 관중석 한켠에 앉았다가 부산의 패배를 보고 쓸쓸하게 돌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1년여 전 밟지 못했던 구덕 그라운드에서 은퇴 후 처음으로 추억의 팬들과 공식 만남을 가진다. 은퇴 후 축구 중심이 구덕운동장에서 부산아시아드경기장으로 옮겨 간 바람에 구덕을 찾을 일 없었다. 그렇게 세월은 어느덧 18년이나 흘렀다.
김 실장은 현역 시절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대우 로얄즈 후배 안정환이 등장하기 이전 원조 꽃미남 스타였다. 1987년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첫 해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한국프로축구연맹 신인상을 받았고, 이듬해 프로 2년차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최우수선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부산에서 활약하는 동안 1988년 서울올림픽, 1990년 남북통일축구,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1994년 미국월드컵 등 모든 국제대회에서 한국축구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부산축구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그의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 3회 수상(1989, 1990, 1991년)은 전무후무한 기록이기도 하다.
부산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했던 그가 2년간(1992~1993년) 독일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곳 역시 친정팀 부산이었다. 1999년 대우에서 은퇴한 뒤 축구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장, 협회 사무총장, 동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 등을 거쳐 현재 심판운영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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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특유의 갈기머리와 폭풍질주로 '야생마', '삼손'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은퇴한 뒤 처음으로 구덕운동장에서 부산팬들에게 인사를 올린다.
김 실장은 "비록 모기업은 바뀌었지만 대우와 아이파크는 축구로 같은 식구다. 부산에서만 뛰다가 은퇴한 나에게 부산 축구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면서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부산, 그것도 구덕운동장에서 부산 팬들을 다시 만나는 게 의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음 한쪽은 무겁다"고 했다. "부산의 축구열기를 과거 내가 뛰던 시절과 비교하면…, 열기가 좀 뜨거울 때 방문했다면 한결 홀가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을 게기로 부산축구가 다시 부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레전드' 김주성이 구덕운동장을 다시 찾는 진짜 이유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