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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인사를 100번도 더 받았어요. 누가 보면 우승한 줄 알겠어요."
뚜껑을 열기 전만 해도 KGC인삼공사의 열세가 예상됐다.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IBK기업은행에 2승4패로 밀렸다. 18일 치른 1차전에서도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패배보다 더 뼈아픈 것은 무기력함이었다. KGC인삼공사 선수들은 큰 경기에 얼어붙은 듯 다소 뻑뻑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KGC인삼공사는 홈에서 치른 2차전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 알레나는 55점을 쓸어 담으며 공격을 이끌었다. 리베로 김해란은 짠물 수비로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한수지와 최수빈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힘을 보탰다. 서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서 감독의 말 그대로다. KGC인삼공사에는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 말고는 눈에 띄는 굵직한 선수가 없다. 올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최수빈 문명화 등도 신인급에 속한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단 사이에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다. KGC인삼공사는 앞선 두 시즌 동안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4~2015시즌에는 12연패, 2015~2016시즌에는 11연패를 기록하며 바닥을 헤맸다.
서 감독은 "솔직히 처음에는 '몇 승이나 할 수 있을까' '꼴찌는 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긴 시즌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시즌을 치르면서 믿음이 생겼고, 믿음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개막 전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했다. 전체 1순위로 뽑았던 사만다 미들본이 개인사정으로 이탈하면서 급하게 알레나를 영입했다. 당시 주변에서 '알레나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알레나가 시즌을 치르면서 실력이 향상됐다. 알레나가 제 몫을 해주니 국내 선수들도 힘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 선수들 덕분에 나 역시도 즐겁고 재미있게 배구하고 있다"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수들과 함께 (끝까지) 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