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쿼바디스' 한국축구, 적당한 월드컵 출전은 없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7-03-29 21:20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경기를 펼쳤다. 축구대표팀 손흥민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3.28/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언젠가부터 '위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한국 축구. 눈앞의 지상과제는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지금 이순간, 모든 기준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여전히 시계 제로지만 냉정하게 따져볼 때 확률은 50%를 조금 넘는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50%+α의 확률적인 예상이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인건 아닐까. 정녕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걸까?

인간의 결정 과정은 꽤나 단순하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 있으면 서슴없이 그걸 택한다. 적어도 최악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결과는 두가지, 최선 혹은 최악이다. 최선의 반대측면, 최악의 가능성이 너무나도 두렵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차선에는 감동이 없다. 그렇다고 위험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차선의 도구를 통해 차선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후폭풍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적극적 행동을 막는 장애물은 불확실성이다. 미래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인들 못하겠는가. 지금 현재, 하던대로, 그 안의 점진적 개선이란 아주 쉬운 선택에 안주하기 십상인 이유다.

모험이라고 한다. 안전한 길 놔두고 왜 위험을 택하느냐고 한다. 조직 혁신을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위험 감수(Risk Taking)의 전제조건은 두가지다. 구성원의 지지(Support)와 의사결정자의 용기(Bravery)다. 현실 안주 속에 발전은 없다. 마지노선이라고 믿었던 위험 회피도 없다.

축구로 치환해 보자. 한국축구는 1-0으로 간신히 앞서고 있다. 후반전이 시작됐다. 상대는 독기를 품고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수비 숫자를 늘려 극단적인 밀집수비를 하는 것이 얼핏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예외는 없다. 상대 골문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지금이 그래야 할 때다. 우리 골문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공이 오락가락 하는 걸 방치하는 자체가 큰 위험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28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경기를 펼쳤다. 경기 중 생각에 잠긴 슈틸리케 감독.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3.28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한다. 대안이 없다? 그것도 때론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진짜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로베이스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다. 없는 대안을 만들어 내는 일. 협회가 밤을 새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적당한 월드컵 출전은 없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한국축구는 길을 잃고 방황 중이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하는 쿼바디스( Quo vadis)란 단어가 떠오른다.


한국축구의 동반자는 선수단, 협회, 그리고 팬이다. 삼위일체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야 지름길로 갈 수 있다. 갈라진 마음으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는 힘들다. 이러다 갑작스레 경기 결과가 좋아지면 여론이 달라질 거라고?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내부적 변화의 기회는 나름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팬들이 진짜 원하는건 단순한 '월드컵 진출'이 아니다. 결과보다 내용에 대한 갈증이 크다. 끈끈하고 그라운드에서 죽어라하고 열심히 뛰는 한국 축구의 혼을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기를 염원한다. 식어버린 연탄일지언정 한때 뜨겁게 타올랐던 벅찬 기억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 하나, 그 어떤 변화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뤄진 결정이어야 한다. 팬들이, 선수가, 협회가 이심전심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변화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팬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변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지지가 필요하다. 이는 변화에 따른 최선 혹은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변화의 결단과 최선의 노력이 설령 최악의 결과를 안길지라도…. 합의된 결단. 이것이 바로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이자 혁신이다.

그래야 고민에 빠진 협회도 용기있는 첫 걸음을 옮길 수 있다. 가뜩이나 '독이 든 성배'를 맡길 마땅한 대안도 없는 딜레마 상황이다. 자, 이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28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경기를 펼쳤다. 경기 도중 고개를 떨구고 있는 기성용.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3.28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