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인간의 결정 과정은 꽤나 단순하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 있으면 서슴없이 그걸 택한다. 적어도 최악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결과는 두가지, 최선 혹은 최악이다. 최선의 반대측면, 최악의 가능성이 너무나도 두렵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차선에는 감동이 없다. 그렇다고 위험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차선의 도구를 통해 차선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후폭풍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적극적 행동을 막는 장애물은 불확실성이다. 미래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인들 못하겠는가. 지금 현재, 하던대로, 그 안의 점진적 개선이란 아주 쉬운 선택에 안주하기 십상인 이유다.
축구로 치환해 보자. 한국축구는 1-0으로 간신히 앞서고 있다. 후반전이 시작됐다. 상대는 독기를 품고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수비 숫자를 늘려 극단적인 밀집수비를 하는 것이 얼핏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예외는 없다. 상대 골문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지금이 그래야 할 때다. 우리 골문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공이 오락가락 하는 걸 방치하는 자체가 큰 위험이다.
|
한국축구의 동반자는 선수단, 협회, 그리고 팬이다. 삼위일체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야 지름길로 갈 수 있다. 갈라진 마음으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는 힘들다. 이러다 갑작스레 경기 결과가 좋아지면 여론이 달라질 거라고?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내부적 변화의 기회는 나름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팬들이 진짜 원하는건 단순한 '월드컵 진출'이 아니다. 결과보다 내용에 대한 갈증이 크다. 끈끈하고 그라운드에서 죽어라하고 열심히 뛰는 한국 축구의 혼을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기를 염원한다. 식어버린 연탄일지언정 한때 뜨겁게 타올랐던 벅찬 기억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 하나, 그 어떤 변화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뤄진 결정이어야 한다. 팬들이, 선수가, 협회가 이심전심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변화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팬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변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지지가 필요하다. 이는 변화에 따른 최선 혹은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변화의 결단과 최선의 노력이 설령 최악의 결과를 안길지라도…. 합의된 결단. 이것이 바로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이자 혁신이다.
그래야 고민에 빠진 협회도 용기있는 첫 걸음을 옮길 수 있다. 가뜩이나 '독이 든 성배'를 맡길 마땅한 대안도 없는 딜레마 상황이다. 자, 이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