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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보내줬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우려가 많았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라 더 걱정이 많았다. '과연 될까?' 신 감독은 웃었다.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 그러라고 나를 여기 앉힌 건데."
내색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 신 감독의 마음은 복잡했다. "다들 위로 올라가는데 나는 왜 자꾸 아래로 내려가나 싶다." 선임 당시 신 감독이 했던 말이다. 신 감독은 A대표팀 코치를 하던 중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리우올림픽에 나섰다. 그리고 불과 3개월 뒤엔 U-20 대표팀을 맡았다.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 3월 4개국 초청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그리고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우루과이(2대0 승), 세네갈(2대2 무) 평가전에서도 지지 않았다. '신태용의 시대'가 막이 오르는 듯 했다.
조별리그에서 기니, 아르헨티나를 차례로 격파하고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내심 결승 진출도 꿈꿔봤다. 적어도 그 땐 그럴만 했다.
그런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26일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0대1로 졌다. 그래도 위안 삼았다. 이승우 백승호를 아꼈다.
하지만 4일 뒤 미소는 눈물로 바뀌었다. 포르투갈에 패하며 항해를 마쳤다. '막내' 조영욱이 울었다. 백승호도 고개를 떨궜다.
얼마나 아쉬울까. 또 얼마나 괴롭고 아플까. 쓰라린 정도를 가늠할 수 조차 없다. 그래도 신 감독은 웃는다. 감독이니까. 선수들의 '아빠뻘'되는 난 놈이니까. 더 어깨 폈다. "이런 말 하면 욕먹겠지만 우리 홈경기이고 우리 축구팬들을 위해서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수비조직에서 실수한 것은 아쉽다. 그렇지만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위해 수비 위주로 슈팅수를 적게 가져가고 점유율만 높이면서 1대0으로 이기는 것보다 세계적인 팀과 대등하게 경기하면서 이기는 것이 한국축구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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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놓고 당당해?' 범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들의 웃음은 다른 의미다. 그만큼 괴롭다는 뜻이다. 아픔을 감추고 끝까지 떳떳하고 싶은 자존심이다. 최선을 다 했기에 지을 수 있는 표정이다. 그게 '난 놈들이 이별하는 방식'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