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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여 밖에 되지 않았다.
'빨간' 손흥민과 '하얀' 손흥민. 등번호 7번에, 왼쪽 공격수라는 포지션까지 같다. 하지만 둘은 야누스처럼 다르다. 같은 선수가 만나 싶을 정도로 다른 플레이를 펼친다. 왜 그럴까. 이 대답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 감독에게도 중요하다. 대표팀만 오면 작아지는 '손흥민 딜레마'는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기 때문이다.
이란-우즈벡전과 도르트문트전의 플레이를 비교해, 가장 현저하게 다른 부분은 '스프린트(전력질주)'다. 도르트문트전 첫 골 장면을 보자. 왼쪽 측면에 자리한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 볼을 잡자 손살같이 뒷 공간으로 파고 들었다. 지체없이 패스가 연결됐고, 손흥민은 과감한 돌파에 이은 폭발적인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후반 5분 케인이 오른쪽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중앙을 침투하며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슈팅이 빗나갔지만, 골과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후반 15분 역시 케인의 스루패스를 받아 상대 배후를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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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어'를 올려줘야 한다. 본인 스스로 플레이에 '템포'를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흥민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득점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오히려 스스로 템포를 죽였다.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어태킹 서드(경기장을 3등분한 영역 중 상대 골문이 포함된 부분) 지역에서 가장 위협적인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는 미들 서드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볼을 잡아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다. 토트넘에서는 케인을 비롯해, 이날 도르트문트전에서는 징계로 뛰지 않았지만 델레 알리 등 상대가 신경써야 하는 특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손흥민이 상대 견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뒤에서도 공간만 생기면 빠르고, 정확하게 찔러줄 수 있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무사 뎀벨레, 에릭 다이어 등과 같은 미드필더들이 있다. 분명 토트넘에서는 손흥민이 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빨간' 손흥민을 '하얀' 손흥민으로 바꿀 길은 분명히 있다. 일단 이날 도르트문트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손흥민 사용법은 주목할만 하다. 손흥민은 왼쪽에 있었지만 사실상 투톱에 가깝게 움직였다. 케인이 움직이면 그 공간을 손흥민이 차지했다. 포워드라고 해도 무방했다. 반면 A대표팀에서 손흥민을 미드필더에 가깝게 활용한다. 차라리 위로 끌어올려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흥민 활용을 위한 접근법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활용했지만, A대표팀은 손흥민을 소모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뽑아내려는 것보다 한가지를 확실하게 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