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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이 전인미답의 70-70클럽 고지를 밟던 지난 17일,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포항-전북전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는 '포항 공격수' 양동현(31)과 '전북 센터백' 조성환(35)의 리턴매치였다.
최 감독은 논란을 회피하지 않았다. 조성환-양동현의 흥미진진한 '그라운드 배틀'을 직접 주선했다. 그저 싸움을 붙이고자 함이 아니었다. K리그 팬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깃거리'를 원했다. "온라인 논란은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논란이 오히려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재미있게 훈훈하게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양동현이 골을 넣은 후 당당하게 '내가 실력으로 이겼다' 할 수도 있다. 조성환이 잘 막아낸다면 '이것봐, 내가 신사적으로 해도 골 못넣잖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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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지만, 사실 세상에 싸움구경만큼 재밌는 것은 없다. 최 감독은 SNS 논란을 '악재'가 아닌 'K리그 흥행 카드'로 인식했다. 최 감독은 상대팀 양동현의 도발도 쿨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양동현이 선배를 'SNS 디스'했다고 절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화제 삼고,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선 정면 승부하면 된다. 끝나고 서로 악수하고, 서로 미안하다 하면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1강 전북' 최 감독이 K리그를 바라보는 눈은 단순히 그라운드 안, 승부 세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K리그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 치열한 승부 속에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 요즘같은 스플릿 정국의 분위기는 더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K리그는 사실 너무 점잖다. 유럽에서는 상대 선수는 물론, 감독한테도 도발한다. 서로 악의적으로 비방하거나, 경기장에서 도 넘은, 비신사적 플레이만 아니라면, '복수', '라이벌', '논란'은 언제나 이슈가 되고 스토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대부분의 K리그 감독들은 윗물과 아랫물이 갈리는, '안갯속' 스플릿 정국에서 승부 이외의 것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최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은 감독 일자리가 많지 않다. 영국은 프로팀만 92개다. 능력만 있으면 당당하게 일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떠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럴 수 없으니, 더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망가짐을 불사했던 밀짚모자 '봉동이장' 세리머니도, 모 감독을 향한 배꼽 잡는 '머리숱' 디스도, K리그 흥행을 열망하는 '1강 사령탑'의 분투로 이해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