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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히딩크 광풍' 맞은 한국축구, 신태용과 김호곤은 피해자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9-27 18:27


김호곤 위원장과 신태용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한국 축구는 최근 '히딩크 광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이룬 바로 그날(9월 6일) 터진 '히딩크 측 발언'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20일이 흘렀지만 '히딩크 변수'는 여전히 상존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를 돕겠다"고 했다. 확실한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최근 신태용 한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사심없이' 도와준다면 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히딩크 감독의 도움을 받겠다. 히딩크 감독의 역할을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10월 유럽 원정 친선경기 때 러시아에서 히딩크 감독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축구 주요 구성원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일단 신태용 감독은 뒷통수를 난데 없이 얻어맞은 모양새다. 이란전(0대0)과 우즈베키스탄전(0대0) 2경기를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무실점으로 비기면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그러나 일부 축구팬들은 '신태용 감독 대신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악성 댓글로 정리하자면 '신태용 감독은 두 경기만으로 밑천이 다 드러났으니 내년 월드컵 본선은 볼 것도 없다'는 식이다. 신태용 감독은 제대로 항해를 시작조차 못한 채 거대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9개월 동안 A매치가 벌어질 때마다 댓글 도마에 올라 만신창이가 될 위험에 처했다.

그 다음은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 김호곤 위원장이다. '히딩크를 다시 A대표팀 감독으로 모셔오라'고 주장하는 축구팬들은 히딩크 측 관계자로부터 문자 메시지(히딩크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내용)를 받은 김호곤 위원장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식적인 제안 전달'이라고 보기 어려웠다는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고, 또 신태용 감독은 변함없이 사령탑을 맡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제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지 않도록 미디어에도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댓글 민심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김호곤 사퇴하라'는 주장이 올라오고 있고, 일부 미디어에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위원장은 '히딩크 광풍'의 최대 피해자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쁨을 단 하루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김호곤 위원장은 히딩크 재단 측 관계자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몇 개 받았고 의도치않는 말실수로 온갖 욕설을 다 들었다. 김호곤 위원장은 최근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에 의지할 때도 있다. 그 역시 이용수 위원장 후임으로 기술위를 떠맡았고, 신 감독을 선임해 어려운 가운데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왔다. 그렇지만 "수고했다" "잘 했다"는 칭찬은 고사하고 댓글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신 감독, 김호곤 위원장, 히딩크 그리고 다수의 축구팬들은 한 마음이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히딩크 광풍'은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쓸데없는 소모전일까. 전자 보다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과 접촉을 시작했다. 그 방법은 이메일 이든 대면 접촉 이든 상관없다. 또 지금 당장 하든 내달 러시아 원정에서 직접 만나 얘기하든 크게 달라질 게 없다. 히딩크에게 당장 지금 특정 역할을 맡긴다고 하더라도 한국 축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 건 없다. 그렇다고 일부 팬들의 바람 처럼 히딩크 감독에게 A대표팀 지휘봉을 맡긴다면 그건 세계 축구사에 '코미디' 같은 일로 기록될 것이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신태용과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를 해야 할 '거장' 히딩크 두 감독에게 모두 예의가 아니다. 이미 '히딩크 광풍'이 몰고온 상황 자체가 웃지 못할 코미디다.

하지만 이 코미디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협회와 히딩크의 역할 조율이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 남았다. '(직책) 용어 차이' '보수 차이' 등 의견 조율 소식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히딩크 광풍'은 또 다른 곳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이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코미디의 결말이 무척 궁금해진다. 지금으로선 그 결말이 뻔할 수도 있고 엉뚱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게 있다. 누가 뭐라 해도 한국 축구는 계속 된다. 시련은 있겠지만 서서히 발전할 것이다. 스포츠 2팀·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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