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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구 축제'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왁자지껄 한 월드컵 축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켜도 도통 월드컵 느낌이 없다. 과거 브라운관, 거리 등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시끌벅적 하던 것과 대조된다. 30대 직장인 A씨는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관련 내용도 많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흥행 기대감은 낮고, 다른 이슈는 많고
월드컵 광고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흥행 기대감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홍보전문가 B씨는 "평창동계올림픽 등 올해 초부터 스포츠 이슈가 많다. 이미 한 차례 있었기에 스포츠 관련 이슈가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끝이 아니다. 끊없는 대외 이슈도 월드컵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요소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북이슈다. 최근 남북 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6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 지형도 복잡하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하루 앞두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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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비용이다. '월드컵' 명칭과 엠블럼은 공식 후원사만 사용할 수 있다. 함부로 쓰면 상표법 위반으로 걸린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월드컵 느낌이 나는 단어나 이미지를 교묘하게 활용해 광고를 한다. 이른바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다.
C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공식 허가를 받고 직접적으로 마케팅을 한 것은 없다. 만약 이번에도 월드컵 마케팅을 한다면 비공식적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다. 그룹 안팎으로 몸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너일가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D그룹 역시 월드컵 마케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회사와 관련해 굉장히 많은 얘기가 나온다. 최대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보전문가 E씨는 "얼마 전 러시아월드컵 중계를 맡은 방송사에서 광고 설명회를 했다. 그러나 과연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얼마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기업에서도 많은 돈을 쓰기 부담스러워한다"며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1인 미디어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월드컵 분위기. 2018년 러시아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