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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안 남았는데…' 월드컵 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5-24 05:20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의 서울광장 출정식이 2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선수단이 무대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5.21/

세계인의 '축구 축제'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왁자지껄 한 월드컵 축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켜도 도통 월드컵 느낌이 없다. 과거 브라운관, 거리 등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시끌벅적 하던 것과 대조된다. 30대 직장인 A씨는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관련 내용도 많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월드컵 관련 마케팅이나 이벤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중구 서울광장 2018년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을 진행했다.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태극전사 뿐만 아니라 차범근 홍명보 등 레전드 선수들이 축구팬과 만났다. 또한 이 자리에서 구구단의 세정, 빅스의 레오가 뭉친 월드컵 응원가 '우리는 하나'를 선보였다.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카콜라는 인기그룹 방탄소년단의 월드컵 응원 화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몇몇 주류 브랜드 역시 월드컵 한정판, 패키지 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과거 응원송이나 월드컵 광고 시리즈 등과 비교해 보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실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KT 등이 월드컵 시리즈로 광고를 진행했다.

▶흥행 기대감은 낮고, 다른 이슈는 많고

월드컵 광고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흥행 기대감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홍보전문가 B씨는 "평창동계올림픽 등 올해 초부터 스포츠 이슈가 많다. 이미 한 차례 있었기에 스포츠 관련 이슈가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성적 기대감이 낮다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제외하고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의 경우 조별리그 상대가 만만치 않다. 부상선수까지 줄줄이 나오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기성용 손흥민 등 스타 선수들을 품고도 기대감이 낮은 이유다.

끝이 아니다. 끊없는 대외 이슈도 월드컵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요소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북이슈다. 최근 남북 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6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 지형도 복잡하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하루 앞두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사진제공=코카콜라
▶월드컵 마케팅, 큰 돈 들이지 않는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비용이다. '월드컵' 명칭과 엠블럼은 공식 후원사만 사용할 수 있다. 함부로 쓰면 상표법 위반으로 걸린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월드컵 느낌이 나는 단어나 이미지를 교묘하게 활용해 광고를 한다. 이른바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다.

C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공식 허가를 받고 직접적으로 마케팅을 한 것은 없다. 만약 이번에도 월드컵 마케팅을 한다면 비공식적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다. 그룹 안팎으로 몸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너일가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D그룹 역시 월드컵 마케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회사와 관련해 굉장히 많은 얘기가 나온다. 최대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보전문가 E씨는 "얼마 전 러시아월드컵 중계를 맡은 방송사에서 광고 설명회를 했다. 그러나 과연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얼마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기업에서도 많은 돈을 쓰기 부담스러워한다"며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1인 미디어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월드컵 분위기. 2018년 러시아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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