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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경남은 여러차례 정치에 발목을 잡혔다.
불똥은 어이없이 경남으로 튀었다. 황 대표가 경기장 안에서 유세활동을 펼친 것. 황 대표와 강기윤 후보는 경기장 내에서 자한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V자를 그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장 내 정치적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역시 각각 정관 제3조와 5조를 통해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연맹의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내에 정당명·기호·번호 등이 노출된 의상 착용이 금지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연맹은 홈팀에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이나 무관중 홈 경기, 제 3지역 홈경기,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등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연맹 관계자는 일단 이 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 관계자는 "1일 경기평가위원회가 경기감독관이 제출한 보고서를 받고서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한 경남의 경위서도 받아야 한다"라며 "현재로선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의성 여부다. 예를 들어 구단이 나서 특정 정치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승점을 삭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연맹으로부터 답변을 받은 경남 프런트는 직원들과 경호원들에게 주의 사항들을 고지시키고 대비에 나섰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게이트 주변에 있던 황 대표와 강기윤 후보는 경기장에 들어섰다. 티켓을 구입한 이들의 출입을 막을 수는 없는 터.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표없이 진입한데다가, 이들이 경기장에 들어선 후 선거활동을 펼쳤다는 점이다. 경남 프런트는 곧바로 경기장 내 유세를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입고 있던 자한당 점퍼를 벗어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이내 돌아온 것은 "어떤 규정을 근거로 우리를 막느냐"는 말이었다. 경남 프런트가 연맹의 규정을 근거로 다시 한번 요청을 하자, 황 대표는 그제서야 점퍼를 벗었다. 그러나 강 후보는 시늉만 했을 뿐, 끝내 점퍼를 벗지 않았다. 계속된 요청에도 보좌진은 "규정을 들고 와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선거법'이지 '축구장 내 규정'이 아니었다. 경남 프런트는 이날 경기 내내 이곳저곳에서 정치인들의 유세를 막기위한 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까지 동원한, 거물 정치인을 구단 직원 신분으로 막아서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물론 경기장 관리에 대한 책임은 경남이 져야 한다. 홈팀은 그럴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의 몰지각하고, 무책임한 행동까지 책임질 의무는 없다. 경남은 이들이 선거 운동을 하겠다는 어떤 사전 고지도 받은 적이 없고, 선거 운동을 위한 편의를 봐준 적도 없다. 구단 당사자도 아닌, 제 3자의 불법행위로 중징계를 받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땀흘려 싸운 선수단, 경남을 사랑하는 팬들이 입는다.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진짜 징계는 축구장 내 규칙을 우습게 알고, 축구팬들의 공간을 더럽힌 '정치'가 받아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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