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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걸 '산책 세리머니'라고 해야할지···."
이를 악물었다. 주민규가 반격에 나섰다. 그는 전반 42분 이근호의 패스를 짜릿한 헤딩골로 완성했다. 골맛을 본 주민규는 무표정한 얼굴로 우라와 레즈 서포터즈 쪽으로 걸어갔다. 왼손을 귀에 댄 채였다. 어디서 많이 본 제스추어. 그랬다. 10년 전, 지난 2010년 박지성(은퇴)이 했던 산책 세리머니였다. 박지성은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앞두고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친선경기에 나섰다. 그는 전반 6분 선제골을 넣은 뒤 상대 서포터스 앞을 아무 표정 없이 천천히 달려 지나갔다. 일본 관중석을 침묵에 빠뜨린 이른바 '산책 세리머니'의 탄생이었다.
그랬다. 형들의 증언이 이를 증명한다. 그라운드에서 세리머니를 함께 한 김보경은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 하는 건 한국에서 이슈가 됐던 부분이다. 경기 전에 특별히 세리머니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주민규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벤치에서 그 장면을 지켜본 황일수는 "즉흥적이었다. 박지성 선배님의 '산책 세리머니'가 정말 유명하다"고 말했다.
형들의 말을 들은 주민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 "그냥 '산책 세리머니'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경기 전에 감독님께서 '한-일전 뛰어봤냐'고 물어보셨다. 생각해보니 가와사키 원정에서 한 1분 뛰었다. 이번에 사이타마에 와서 경기를 뛰게 돼 정말 설레였다 한-일전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을 대표해서 뛴다는 마음가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은 26일 홈에서 16강 2차전을 치른다. 주민규는 "출전 시간만 주어진다면 골을 넣을 자신감이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며 "이제 전반이 끝났다. 홈으로 가서 후반전을 뛰어야 한다. 팬들 앞에서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울산에서 대승을 거두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이타마(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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