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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정상에 오르는데 무려 17년이 걸렸다. 약속의 땅은 '춘천'이었다. K리그1의 '전북 천하'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만년 2위' 울산 현대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하나원큐 K리그1 2022'의 주인공은 울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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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 감독의 '10년 대운'도 '과학'이었다. 홍 감독은 1992년 신인 선수 최초로 K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2002년에는 월드컵 4강 기적을 쏘아올렸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사령탑으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 신화를 연출했다. 다시 10년이 흘렀다. 2022년 홍 감독은 K리그의 지존이 됐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레전드인 그가 마침내 감독으로 정상을 찍었다. 홍 감독은 조광래 최용수 김상식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현실이었다. 울산은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물론 길은 쉽지 않았다. '현대가 우승 전쟁'은 올해도 재연됐다. 한때 승점 10점차까지 벌어졌지만, 5점까지 줄어들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또 다시'라는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듯 했지만 8일 전북을 맞아 기적 같은 승리로 우승의 9부 능선을 넘고, 포항을 거쳐 춘천에서 '우승 깃발'을 꽂았다.
생애 첫 우승 사령탑에 등극한 홍 감독은 "2032년은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을 해봐야겠다. 매해 정말로 열심히 했는데, 우연찮게 그런 결과들이 나왔다. 10년에 한 번 웃을 수 있게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웃었다.
홍 감독의 기자회견장에는 설영우와 김민준이 난입해 '물 세례'를 했다. 물을 흠뻑맞은 그는 "물먹은 기분보다 훨씬 좋다. 지난해 K리그는 첫 경험이었다. 난 첫 번째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두 번째는 허용하지 않는다. 올해도 힘들었지만 좋은 선수들을 만나서 무사히 여기까지 잘 왔다"며 "항상 우리 선수단에 믿음을 갖고 기다려 준 서포터스와 김광국 단장을 비롯한 구단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주장 이청용은 "징크스나 트라우마는 생각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운이 안 따라줬다. 그 운마저 노력으로, 실력으로 극복했다. 올 시즌 성과에 대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리그의 정상은 이제 울산이다. 그리고 '아시아의 상징으로 성장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다.
춘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