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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위' 울산의 새 시대 열렸다…홍명보 감독 '10년 대운'은 '과학'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2-10-16 16:50 | 최종수정 2022-10-17 06:10


2022 K리그1 강원FC와 울산현대의 경기가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렸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울산 선수둘이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춘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0.16/

[춘천=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정상에 오르는데 무려 17년이 걸렸다. 약속의 땅은 '춘천'이었다. K리그1의 '전북 천하'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만년 2위' 울산 현대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하나원큐 K리그1 2022'의 주인공은 울산이었다.

울산이 K리그1 정상에 등극했다. 울산은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A 4라운드에서 2대1으로 역전승했다. 김대원의 페널티킥 골로 리드를 허용했지만 후반 교체투입된 마틴 아담이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마틴 아담은 후반 29분 엄원상의 환상적인 발리골을 어시스트한 데이어 11분 뒤 김기희가 헤더로 떨궈준 볼을 왼발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승점 76점을 기록한 울산은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1996년, 2005년 이어 17년 만의 세 번째 우승이다.


2022 K리그1 강원FC와 울산현대의 경기가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렸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울산 선수둘이 환호하고 있다. 춘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0.16/
머나먼 길을 돌아왔다. 울산은 늘 정상 가까이에 있었다. 2005년 이후 준우승만 5차례 했다. 특히 최근 3시즌 연속 정상 문턱에서 전북의 '우승 DNA'에 고배를 마셨다. 더 이상 눈물은 없었다. 울산은 긴 악몽의 터널에서 탈출하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홍명보 울산 감독의 '10년 대운'도 '과학'이었다. 홍 감독은 1992년 신인 선수 최초로 K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2002년에는 월드컵 4강 기적을 쏘아올렸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사령탑으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 신화를 연출했다. 다시 10년이 흘렀다. 2022년 홍 감독은 K리그의 지존이 됐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레전드인 그가 마침내 감독으로 정상을 찍었다. 홍 감독은 조광래 최용수 김상식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지난 시즌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압도적인 우승'을 목표치로 잡았다. "지난해 경험을 한 결과, 압도적이지 않고는 우승을 못 하겠더라. 압도적인 팀을 만들 것이다.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 승산이 있다."

현실이었다. 울산은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물론 길은 쉽지 않았다. '현대가 우승 전쟁'은 올해도 재연됐다. 한때 승점 10점차까지 벌어졌지만, 5점까지 줄어들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또 다시'라는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듯 했지만 8일 전북을 맞아 기적 같은 승리로 우승의 9부 능선을 넘고, 포항을 거쳐 춘천에서 '우승 깃발'을 꽂았다.

생애 첫 우승 사령탑에 등극한 홍 감독은 "2032년은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을 해봐야겠다. 매해 정말로 열심히 했는데, 우연찮게 그런 결과들이 나왔다. 10년에 한 번 웃을 수 있게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웃었다.


홍 감독의 기자회견장에는 설영우와 김민준이 난입해 '물 세례'를 했다. 물을 흠뻑맞은 그는 "물먹은 기분보다 훨씬 좋다. 지난해 K리그는 첫 경험이었다. 난 첫 번째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두 번째는 허용하지 않는다. 올해도 힘들었지만 좋은 선수들을 만나서 무사히 여기까지 잘 왔다"며 "항상 우리 선수단에 믿음을 갖고 기다려 준 서포터스와 김광국 단장을 비롯한 구단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주장 이청용은 "징크스나 트라우마는 생각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운이 안 따라줬다. 그 운마저 노력으로, 실력으로 극복했다. 올 시즌 성과에 대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리그의 정상은 이제 울산이다. 그리고 '아시아의 상징으로 성장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다.
춘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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