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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변화의 포인트는 분명했지만, 완성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루마니아의 명문 클루지에서 직선적인 축구를 강조했다. 점유율 보다는 빠르게 전진하고, 공격 숫자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과거 '닥공(닥치고 공격)'을 만든 최강희 감독 스타일과 비슷했다. 전북에서도 비슷한 축구를 내세웠다. 광주전 페트레스쿠 감독의 선택은 4-4-2였다. 구스타보와 하파실바가 투톱을 형성하고, 한교원과 이동준이 좌우 날개를 구성했다. 페트레스쿠식 전북은 순간적으로 위로 깊숙히 올려 4-2-4에 가까운 형태를 만들었다.
위에서 부터 상대를 누르고, 공격시에 보다 많은 숫자를 전방에 두겠다는 뜻이었다. 압박이 통하는 순간은 확실히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중앙이 문제였다. 박진섭과 류재문이 중원에 포진했는데, 이들은 수비는 좋지만, 전개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은 아니다. 공격에 많은 숫자를 배치하다보니, 박진섭과 류재문이 경기를 풀어야 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여기서 살아나가는 패스가 거의 없었다. 중앙을 거쳐 나가는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전북은 클루지 영상을 구해 분석을 마친 이정효 감독의 지략에 완벽하게 밀렸다. 광주는 숫자를 늘리는 상대 공격에 맞춰 수비 라인을 적절히 유지했고, 중원 부족으로 뒷공간이 자주 열리는 상대의 약점을 완벽하게 공략했다. 광주 특유의 패싱플레이에 전북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전북은 전반 19분 이순민, 후반 추가시간 이건희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대2 패배를 당했다. 슈팅수, 유효슈팅수, 패스수, 점유율 모든 면에서 뒤진 완패였다.
물론 쉽지 않은 경기였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부임 후 일주일 정도 밖에 훈련하지 못했다. 선수 파악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고, 새로운 색깔을 입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여기에 백승호 김진수 김문환 홍정호 등 핵심자원들이 부상이고,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핵심 자원들도 뒤늦게 선수단에 합류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준비했던게 잘 나오지 않았다. 많은 것을 개선해야 한다. 선수 명단에도 변화를 줘서 다음 경기에는 좋은 결과를 보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