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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해외축구 아버지' 박지성 전북 현대 고문(43)은 프로 14년 커리어를 통틀어 8명의 지도자와 함께했다. 정식 사령탑만 따지면 게르트 엥겔스(교토상가), 거스 히딩크, 필립 코쿠(이상 PSV에인트호번), 알렉스 퍼거슨(맨유), 마크 휴즈, 해리 레드냅(이상 퀸즈파크레인저스) 등 6명의 지도를 받았다. '현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은 더 잦은 벤치의 변화를 경험했다. 14년 동안 함부르크, 레버쿠젠, 토트넘 3개팀에서 뛰면서 정식 감독 11명과 호흡을 맞췄다. 2015년에 입단한 토트넘에서만 감독대행 포함 7명(정식 5명)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조세 모리뉴,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안토니오 콘테를 거쳐 지난해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공격형 미드필더 고영준(파르티잔)은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파르티잔으로 이적하는 과정부터 굳은 신뢰를 보낸 이고르 둘랴이 감독이 지난 4월 경질된 이후 불과 8달 사이에 알베르트 나드, 알렉산드르 스타노예비치, 사보 밀로세비치 감독 등 3명의 감독을 떠나보냈다. 밀로세비치 감독이 지난 2일 경질된 후 현재는 마르코 요바노비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2년 연속 설영우 소속팀인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 잦은 감독 교체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고영준 영입에 관여한 주요 구단 담당자까지 싹 물갈이됐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고영준은 10월 이후 단 한 번도 리그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고영준은 1월 선수 이적시장을 통해 새 둥지를 물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윙어 정우영(우니온 베를린)은 지난 여름 보 스벤손 감독의 부름에 슈투트가르트에서 우니온으로 임대를 떠났다. 그런데 스벤손 감독이 전반기 12위에 그치는 부진 끝에 27일 경질됐다. 정우영은 부상 결장한 지난 베르더 브레멘전을 앞두고 3경기 연속 선발출전 기회를 잡아 레버쿠젠전(1대2 패)에서 시즌 2호골을 넣고, 슈투트가르트전(2대3 패)에서 1호 도움을 작성하는 등 존재감을 넓혀가는 중이었다. 배준호와 마찬가지로 새롭고 낯선 환경에 직면했다. 작금의 시련을 이겨내야 2025년에도 홍명보호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황소' 황희찬(울버햄튼)은 지난 2021년 팀에 입단해 3년 만에 4번째 감독을 맞이했다. 지난 19일,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게리 오닐 감독 후임으로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 오닐 감독 체제에서 충분히 기회를 잡지 못했던 황희찬은 27일 맨유전(2대0 승)에서 후반 교체투입해 시즌 마수걸이 골로 승리의 쐐기를 박으며 페레이라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박지성 기성용(서울) 손흥민 황희찬 등 '선배 유럽파'의 커리어는 유럽 무대에 갓 발을 디딘 후배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남긴다. 감독 교체 변수를 이겨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이다. 경기력이 좋으면 누가 지휘봉을 잡아도 입지가 흔들리지 않는다. 내년 1월 1일 토트넘에 정식 합류하는 '18세 특급' 양민혁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경질설이 끊이질 않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떠나는 현실은, 손흥민에겐 또 하나의 고비 정도로 여겨질 수 있지만, 양민혁에겐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