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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풋볼(Football)'과 '사커(Soccer)'. 모두 축구를 뜻하는 단어지만, 묘한 거리감이 있다. 손흥민(33·LA FC)이 발을 디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이 거리감을 실감할 수 있는 무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이뤄지는 '통합 마케팅'이다.
MLS에 소속된 동-서부 컨퍼런스 30개 구단은 모두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제작한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MLS 출범 초기에는 각 팀 별로 별도의 유니폼 스폰서십 계약을 했지만, 2004년부터 아디다스로 통일됐다. 스포츠 브랜드 패권을 놓고 아디다스와 경쟁 중인 나이키의 본사가 위치한 포틀랜드 연고팀인 포틀랜드 팀버 역시 아디다스 유니폼을 착용한다. 유니폼 스폰서십 계약을 타 리그처럼 구단이 아닌 사무국 차원에서 하는 통합마케팅 때문이다. MLS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베이스볼(마제스틱스), 내셔널풋볼리그(미식축구·NFL), 미국프로농구(NBA·이상 나이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리복)도 MLS처럼 전 구단이 하나의 유니폼 스폰서로 통일돼 있다. 중국도 이를 본떠 슈퍼리그 소속 모든 팀들이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한때 K리그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된 바 있으나, 난맥상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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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S를 대표하는 제도 중 하나인 샐러리캡은 각 구단 연봉 총액을 520만달러(약 72억원)로 고정하고 있다. 구단별로 지정선수(샐러리캡 비적용) 3명을 영입할 수 있으나, 이 지정 선수도 최대 65만달러(약 9억원)로 제한된 연봉 상한선의 한 자리를 차지해 샐러리캡 준수 여부가 산출된다. MLS사무국과 LA FC로부터 1200만달러(약 166억원)의 연봉을 받는 손흥민도 샐러리캡 장부상으로는 '65만달러 선수'가 되는 셈이다.
신인 선수 수급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MLS에서도 구단 별로 연령별 유스팀을 운영하고, 1군으로 콜업한다. 리그 차원에서도 자국 출신 육성 선수를 스쿼드에 포함시키는 '홈 그로운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매년 1월 대졸 선수들을 모아 각 구단이 순번에 따라 지명하는 '슈퍼 드래프트 제도' 역시 운영하고 있다.
이런 프랜차이즈 운영은 구단 뿐만 아니라 리그의 균등한 발전을 추구한다. 선수 복지 면에서도 샐러리캡에 의한 연봉 상한 뿐만 아니라 하한(5만3000달러·약 7300만원)을 제한하고, 선수 노조와 단체 협약을 맺는 등 구성원 만족도가 높다. MLS 사무국 산하의 모든 구단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성적에 따라 1, 2부리그로 나뉘는 승강제가 실시되지 않는다. 때문에 MLS에선 유럽처럼 자본-구성 면에서 경쟁 불가한 '빅클럽'이 탄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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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적을 계기로 국내 축구 팬들은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MLS의 생소한 환경과 접하게 됐다. MLS를 통해 '프로스포츠 왕국' 미국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