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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6년만에 강등 싸움에 참전한 제주SK는 올 시즌 몇 차례 반등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 이어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성과도 미흡했다. 선수 영입으로 반등의 기틀을 마련한 '잔류 라이벌' 수원FC와는 대비되는 행보였다. 김 전 감독은 제자인 티아고를 야심차게 영입했으나, 성남 시절 때 '마법'을 부리던 그 티아고가 아니었다. 프런트 내 권한이 모호했고, 당연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일부 관계자의 감독 교체 요구는 번번이 묵살됐다. 강등 전쟁터에서 누구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우자고 하고, 누구는 피를 한 방울도 묻히지 않는 싸움을 원했다. '사공'이 많은 제주호는 점점 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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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와의 '멸망전' 중에도 몇 차례 상황을 바꿀 타이밍이 있었다. 전반 34분 수비수 송주훈은 상대가 아무리 도발을 하더라도 팔을 휘둘러선 안 됐다. 제주는 29라운드 안양전에서도 전반 유인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퇴장을 당해 1대2로 패한 기억이 있었다. 과거의 잘못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제주는 이날 전반 14분 유리 조나탄, 전반 추가시간 6분 남태희, 후반 36분 신상은이 총 3번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신상은이 42분 완벽한 역전골 찬스를 날렸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이 자체 진단한 것처럼 이날 수원FC의 경기력은 "큰 문제"가 있었다. 수적 우위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제주는 후반 추가시간 2분 최치웅에게 다시 앞서가는 골을 허용했지만, 다시 따라잡을 여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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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4번째 골을 허용한 뒤 제주는 와르르 무너졌다. 골키퍼 김동준이 자신의 볼 컨트롤 미스를 만회하려다 파울을 범해 추가시간 8분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추가시간 12분엔 풀백 안태현이 심판이 수원FC 코너킥을 지시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강하게 걷어찼다. 명백한 판정 항의라고 판단한 주심은 경고를 내밀어 누적경고로 퇴장을 명했다. 앞서 교체로 물러난 미드필더 이창민은 싸박이 스로인을 방해하는 동작을 취한다는 이유로 벤치에서 달려나와 싸박을 어깨로 밀어 퇴장을 당했다. 송주훈 김동준은 경기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해도 안태현 이창민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10명, 9명, 8명으로 뛰는 선수가 줄어든 제주는 결국 3대4로 패하며 4연패 늪에 빠졌다. 1993년~1994년생인 송주훈 김동준 안태현 이창민은 나이 합이 125세, K리그1 경기수 합이 639경기에 달하는 베테랑들이다. 후배들이 그와 같은 행동을 저지르려 할 때 말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도리어 중심을 잡지 못했다. 송주훈 김동준 이창민은 다이렉트 퇴장으로 향후 2경기, 안태현은 향후 1경기에 뛸 수 없다. 경기감독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 중 추가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제주 구단에 경위서를 요청했다.
제주는 시즌 최종전까지 7경기를 남겨두고 승점 31로 잔류권인 9위 수원FC(승점 37)와의 승점차가 6점으로 벌어졌고, 다이렉트 강등권인 12위 대구(승점 23)와는 8점차로 좁혀졌다. 8연속 무승 중인 흐름을 놓고 보면, 승강 PO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여겨진다. 대구에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한데 잔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순간에 핵심 선수들을 활용할 수 없다는 건 크나큰 악재다. 적어도 수원FC전에선 "기본에 충실하라"는 김 대행의 말이 먹혀들지 않았다. 제주가 2019년 강등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선 반등이 시급하다.
제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