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턴 미드필더 이드리사 게예는 25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라포드에서 열린 맨유와의 2025~2026시즌 EPL 1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전반 13분만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퇴장 사유는 황당 그 자체다. 맨유의 역습 상황에서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페르난데스가 슛을 하기 전 게예와 에버턴 수비수 마이클 킨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 다행히 실점 위기를 넘겼지만, 두 선수는 서로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킨이 게예의 가슴을 손으로 두 번 밀어낸 후, 게예가 킨의 뺨을 때리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에버턴 골키퍼 조던 픽포드가 달려와 둘을 떼어놓았다. 하지만 게예는 폭력적인 행위로 인해 퇴장을 피할 수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매치 센터는 SNS에 '심판이 게예에게 폭력적인 행위로 퇴장을 명했다. 게예는 킨의 얼굴에 명백한 타격을 가했다. 이는 비디오판독시스템(VAR)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축구 규정상 상대 선수나 다른 사람의 머리나 얼굴을 손이나 팔로 가격하면 퇴장이다. 이는 상대팀 선수와 자기팀 선수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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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 보이어와 키에런 다이어가 애스턴 빌라전에서 경기 중 서로 주먹다툼을 벌여 나란히 퇴장을 당한 적이 있다. EPL에서 팀 동료와의 충돌로 퇴장한 건 2008년 스토크시티의 리카르도 풀러가 웨스트햄전에서 앤디 그리핀과의 마찰로 레드카드를 받은 이후 27년만이다.
1000경기가 넘는 프로 경기에서 부심을 맡은 전 심판 대런 캔은 'BBC 라디오5'를 통해 "예전에 이런 일이 한 두 번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주심은 시야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게예가 킨의 뺨을 때리는 걸 지켜봤다. 축구 규칙상 이는 폭력 행위에 해당하므로 레드카드를 주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 에버턴 감독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도 스포츠방송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깜짝 놀랐다.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주심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게예의 퇴장은 명백히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13분만에 10명이 된 에버턴은 29분 미드필더 키어넌 듀스버리-홀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게예의 퇴장 상황만큼이나 맨유의 경기력도 코미디같았다. 무려 77분간 숫적 우위를 점한 맨유는 69.6%의 점유율, 25개의 슈팅, 6개의 유효슈팅, 9번의 코너킥, 38개의 크로스를 기록할 정도로 일방적인 반코트 게임을 벌였다. 브라이언 음뵈모, 조슈아 지르크제이, 아마드 디알로가 스리톱으로 나서 골문을 두드렸다. 끝내 픽포드가 지키는 골문을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마테우스 쿠냐, 베냐민 세슈코의 결장 여파가 컸다. 기대득점은 1.66, 에버턴은 0.23이었다. 픽포드는 총 6개의 선방으로 에버턴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에버턴은 EPL 역사상 올드 트라포드에서 10명으로 맨유를 꺾은 최초의 팀으로 등극했다.
반면, 3경기 연속 무승 늪에 빠진 맨유는 5승3무4패 승점 18로 10위에 머물렀다. 승점이 같은 9위 토트넘엔 득실차에서 6골 밀렸고, 11위와 12위인 에버턴, 리버풀은 각각 다득점과 득실차에서 앞섰다.
한편,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턴 감독은 경기 후 "게예의 퇴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싸우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신경쓰고, 무언가를 요구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게예가 퇴장해서 실망스러웠지만, 게예는 (하프타임에)선수들에게 사과했다. 동료들의 활약을 칭찬했고, 결과에 감사했다. 우린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예는 개인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킨에게 먼저 사과의 말을 전한다.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동료, 스태프, 팬, 구단에도 사과하고 싶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라고 적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