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모기업 SK를 강조한 제주 SK로 구단명을 바꾼 2025년, 제주가 마지막 벼랑 끝에 섰다. 그곳까지 등 떠민 이는 없었다. 두 발로 직접 위험천만한 장소로 향했다. 제주의 2025시즌은 시작부터 꼬였다. 제주는 김학범 전 감독의 연임을 결정했다. 작년, 잔류 사투 끝에 7위 성적으로 K리그1에 남았지만, 12개팀 중 최저득점에 그치는 등 전술 운용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린 상황이었다. 구단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선수단 변화도 거의 없었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기에 삼십대 베테랑 다수가 그대로 팀에 남았다. 이적시장 행보도 낙제점이었다. 라이벌과의 영입전에서 번번이 밀렸다. '영입 자금이 부족하다'라며 소극적인 행보로 일관했다. 그 과정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의 영입 취소 촌극도 빚었다.
제주는 지난 2월 평균 나이 30세에 육박하는 라인업으로 FC서울과의 개막전에서 2대0 승리하며 반짝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4경기 연속 무승, 승리 후 2경기 연속 무승, 승리 후 4연패, 2연승 후 10경기 연속 무승이 이어졌다. 순위는 2위, 5위, 8위, 10위로 차츰 떨어졌다. 7~8월에 잔류권 공기를 잠깐 마셨지만, 다시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9월부터 현재까지 승강 플레이오프권인 11위에 머무르고 있다. 제주는 9월 자진 사퇴한 김학범 전 감독을 대신해 김정수 수석코치에게 대행직을 맡겼으나, '소방수' 효과는 보지 못했다. 최근 7경기 성적표는 1승2무4패다. 최근 6경기 연속 무패를 달린 최하위 대구FC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현재 제주는 승점 36점으로 대구(승점 33)에 3점차 우위를 점했지만, 다득점에선 6골 밀린다.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구와 1대1로 비기며 간신히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2019년 강등된 이래에 찾아온 제주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30일 울산과의 K리그1 최종전은 제주가 벼랑 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제주는 울산과 최소 비기기만해도 대구의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11위를 확정지어 K리그2 2위 수원 삼성과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른다. 전문가들은 제주가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반대로만 해도 승산이 있다고 조언한다. 축구 경기에서 실수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수비진의 치명적인 실수는 없애야 한다. 제주는 36라운드 FC안양(1대2 패), 37라운드 대구전에선 베테랑 수비수들이 잇달아 클리어링 미스를 범했다. 승점 3점을 1점으로, 승점 1점을 0점으로 바꾸는 치명적 실수였다. 유리 조나탄 외에 해결사가 필요하다. 최근 4경기에서 팀이 기록한 4골을 모두 유리 조나탄이 이마와 발로 넣었다. 김천 상무에서 한층 성장한 후 군전역한 김승섭의 한 방이 절실하다. 김 대행은 교체카드 활용법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후반전에 안태현 장민규 등을 투입한 뒤론 갑자기 조직력이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수비 숫자만 많이 둔다고 수비가 안정화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이기려는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노상래 울산 감독대행은 비겨도 되는 제주가 무승부 전략을 쓸 거라고 예상했다. 전장에서 적장의 예상대로 출정하면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 90분 내내 강한 투쟁심으로 승리를 목표로 싸워야 다이렉트 강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승강PO는 그 다음 일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