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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을 이렇게 잡고 다시 쳐봐. 절대 왼쪽으로 가지 않을거야."
대회 무게에 맞게 취지도 묵직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열리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헌 프로암 대회. 전현직 최고의 스타들이 기꺼이 취지에 동참했다. '전설' 최경주, 박남신, 강욱순을 비롯, 허석호, 김형태, 김형성, 박상현, 김승혁, 이상희 등 9명의 남자 프로와 2016 리우올림픽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우상' 박세리를 포함해 박지은, 한희원, 김 영, 이미나, 김주연 등 최고의 여자선수까지 총 15명의 멘토가 함께 했다. 이들은 각 조에 분산 배치 돼 3명의 멘티들과 함께 18홀을 돌았다. 코스 매니지먼트 등 경험이 담긴 필드 레슨은 물론, 마음가짐까지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 애썼다. 2년전 SK텔레콤 오픈 우승자 이상희는 "어릴 때 내게도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며 "(성인 프로 투어 대회를 앞둔) 이렇게 어려운 세팅 속에서 경험을 함께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과거 최경주 프로님과 치면서 느낀게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승보와 여자 주니어 유망주 김민별(강원중 2년), 우윤지(포항 동지여중1년) 등과 동반한 최경주는 끊임없는 조언을 던지면서도 자신의 샷 하나하나를 허투루 치지 않았다. 마지막 18번 홀 버디로 홀아웃 하며 "이 조에서는 챔피언"이라며 농담을 한 최경주는 "경쟁은 아니지만 (배우라는 의미로) 일부러 열심히 쳤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매니지먼트와 그립 잡는 법 등을 알려줬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손을 다쳐 골프클럽을 잡지 못한 박세리(41)는 18홀 동안 오로지 레슨과 조언에 몰두했다. 그는 "코스매니지먼트와 특히 티박스 위치에 따른 활용 요령을 가르쳐줬다. 타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한 필드 레슨을 마친 뒤 그는 "주니어 시절에 당시 한국여자골프 최고의 선수였던 고 구옥희 선배님과 18홀을 돈 적이 있는데 그때 말씀을 그리 많이 하지 않으셨지만 배운 게 많았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애썼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지은(39)은 "주니어 시절 (LPGA투어 전설급 스타) 벳시 킹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 그때 받았던 느낌을 오늘 주니어 선수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각 시도별 추천 선수와 최경주재단 추천 선수 등 45명의 유망주에겐 잊을 수 없는 꿈같은 하루였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동행'이란 의미있는 컨셉트를 앞세워 행사를 기획한 SK텔레콤으로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SK텔레콤의 오경식 스포츠마케팅그룹장은 "이 행사를 통해 최경주, 박세리와 같은 세계 최고의 골프 인재를 키워내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골프의 기반을 확장하고 튼튼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승이날이었던 이날 골프유망주들은 멘토인 골프 레전드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과 케익을 전달했다. 필드 아래 서해로 지는 저녁노을 처럼 따뜻함과 잔잔한 여운이 내려앉은 감사의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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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