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으로 맛본다! 봄마중 2선

기사입력 2013-03-05 16:28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복수초. 3월 제주를 찾으면 화사한 복수초 군락과 마주할 수 있다. 사진은 제주 절물휴양림의 복수초..

개구리도 겨울잠을 깬다는 경칩(5일)이다. 덩달아 우리의 몸과 마음도 생기 있는 봄기운을 원한다. 이럴 땐 계절의 변이를 실감할 수 있는 여정을 꾸리는 것도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봄은 눈, 향기, 촉감 등 그야말로 온몸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계절이다. 그중 미각을 통한 봄맞이처럼 생생한 것도 또 없다. 아직 대자연속에 겨울의 느낌은 남아 있지만 햇살 내리쬐는 양지 녘엔 봄기운이 물씬 배어난다. 산중에는 달달한 수액을 토해내는 '고로쇠'가 봄기운을 전하는 대표 전령사다. 지금 지리산 자락에는 고로쇠 채취가 한창이다.

3월의 초순, 잿빛 겨울을 떨칠 수 있는 또 다른 곳으로는 '꽃섬' 제주도도 대안이다. 이즈음 제주의 양지 녘엔 봄꽃잔치가 한창이다. 그중 잔설을 뚫고 노란 꽃잎을 피워내는 복수초와 고혹한 향기를 발산하는 수선화는 화사함 이상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마저 느낄 수 있다.
구례-제주=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산골의 봄기운을 실감나게 전하는 '고로쇠'는 이즈음 지리산 깊은 골에서 밤낮으로 달달한 수액을 토해낸다. 사진은 고로쇠 수액..
1. 지리산에서 맛보는 미각 봄 마중 '고로쇠'

'봄을 먹는다!' 산중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대표적 전령사로는 '고로쇠'를 꼽을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진 봄바람 속에 맛보는 은은한 듯 달달한 고로쇠 한 잔. 온몸에 산골의 봄기운이 통째로 전해지는 듯하다. 지리산 자락 주민들의 봄맞이는 사뭇 이색적이다. 달짝지근하고도 말금한 고로쇠 수액 한잔으로 봄을 느끼며 우중충한 겨울 기분도 함께 씻어낸다. 경칩 무렵 마시는 고로쇠 한잔이야말로 최고의 봄맞이에 다름없다.

지리산 자락의 대표 고로쇠 산지로는 전남 구례군 피아골의 직전마을을 꼽을 수 있다. 경칩을 전후해 이 동네 사람들은 고로쇠 수액 채취로 분주하다. 해발 700∼1000m의 고지대에 자생하는 수령 30∼100년생 고로쇠나무(단풍나무과)에서 채취하는 수액은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물보다 40배나 많아 골다공증 신경통 위장병 피부미용 등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화창한 봄 햇살이 내리 쬐는 아침이면 마을 주민들은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산을 오른다. 간밤의 살을 에일 듯 한 추위가 물러가고 포근한 아침을 맞았기 때문이다. 고로쇠나무는 바람이 잦아들고 일교차가 큰날 수액을 쏟아 낸다.


지리산 피아골의 고로쇠 채취 현장.
마을 앞 계곡을 가로질러 20여분을 오르면 고로쇠나무 군락지가 나선다. 나무에 작은 구멍을 내고 꽂아둔 링거 줄처럼 생긴 가늘고 투명한 관을 통해 방울방울 수액이 흘러나오는데, 이를 통에 받는 것이다.


주민들은 경칩을 전후해 한 달 동안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 맛을 최고로 친다. 세상에 둘도 없을 '산중 보약'아라는 것이다.

고로쇠 채취를 많이 하는 집은 400여 그루의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기도 한다. 3월말까지 얻는 고로쇠 수액은 수백여 말. 대부분 서울 등 외지로 팔려 나간다. 고로쇠 채취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림보호 등을 이유로 허가제로 실시한다.

피아골의 한 주민은 "요즘은 산림보호를 위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 구멍에 유합촉진제를 발라 메우고 있다"며 "나무 보호는 생업과도 직결돼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고로쇠 수액은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 밤새도록 마신다. 보통 고로쇠 수액 한 말(18ℓ)을 4∼5명이 마셔야 제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귀띔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 ◇대전-진주고속도~함양IC~88고속도~남원IC~19번국도~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피아골.

◇경부고속도~천안-논산간 고속도~호남고속도로~완주-순천고속도로~화엄사IC~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피아골/ 화엄사

뭘먹을까


가오리찜
흔히 전남 구례의 미식거리하면 지리산 '산채정식', 섬진강 '참게'와 '재첩국' 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구례 읍내에는 그야말로 옛날식 메뉴의 맛난 밥집이 있다. 구례읍 봉동리 '동아식당'이 그곳으로, 푸짐한 족발탕, 가오리찜, 조기매운탕 등에 막걸리, 소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다.

고로쇠=한화리조트지리산(www.hanwharesort.co.kr)은 고로쇠 패키지 상품을 운영 중이다. 숙박과 2인 조식, 사우나-커피숍 이용권으로 구성된 상품은 주중 8만9000원부터(주말 9만9000원부터). 지리산 피아골-백운산 인근에서 채취한 고로쇠 약수도 배송 판매한다. 18ℓ 6만원, 4.3ℓ짜리 4팩 6만5000원-2팩 3만5000원. (061)782-2171

둘러볼 곳= 지리산 자락에는 곳곳에 거찰이 자리하고 있다.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실상사, 대원사 등 사찰 순례를 하는 것도 좋은 여정이 된다. 화엄사 뒤편 구층암도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절집이 운치 있다. 이밖에도 구례와 하동이 만나는 화개장터, '토지'의 무대인 최 참판 댁도 둘러볼만한 곳이다

2.제주 봄꽃 기행

흔히들 제주의 봄꽃으로 유채꽃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제주 토박이들은 겨울부터 꽃을 피우는 복수초, 수선화를 제주 봄꽃의 상징쯤으로 꼽는다. 3월초 화사한 봄기운에 젖어들고 싶다면 제주도 꽃기행이 대안이다. 잔설을 뚫고 노란 꽃잎을 피워내는 복수초와 고혹한 향기를 발산하는 수선화는 여유로운 봄날의 정취를 물씬 담아낸다.

◆잔설을 뒤집어쓰고 피어나는 '복수초(福壽草)'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에 피어오른 복수초. '얼음새꽃'으로도 불리며 복과 장수를 안겨다 주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 봄꽃 중 압권은 단연 복수초를 꼽을 법하다. 이즈음 절물휴양림 양지 녘엔 잔설을 뚫고 노란 꽃잎을 피워내는 복수초가 피어올라 봄소식을 전한다. 노란 꽃잎과 짙은 녹색의 잎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자태를 뽐내는 복수초는 입춘이 지나면 언 땅 속에서 움을 틔워 모습을 드러낸다. 때문에 눈색이꽃, 얼음꽃, 얼음새꽃 등의 별칭도 지녔다. 그래서 복수초는 봄꽃이 아닌 '겨울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복수초의 매력은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이른 봄 잔설을 뒤집어쓰고 노랗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그 때문일까. 사람들은 복수초를 '복을 가져다주는 성스러운 꽃' 쯤으로 여겨, 이름도 그렇게 붙였다.

복수초는 선명한 노란색의 꽃과 초록 잎의 조화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밝고 화사한 기운을 얻는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꽃말도 '영원한 행복'이다. 또 그 이름처럼 복(福)과 장수(壽)를 기원하는 꽃으로 새해 선물로도 곧잘 쓰여 '원단화(元旦花)라는 별칭도 얻었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자락과 오름 등지에서 복수초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단위로 무리지어 피어오른 복수초를 감상하려거든 1112번 지방도와 11번 국도가 만나는 비자림로 입구 주변 숲이 제격이다. 절물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비자림로(1112번 지방도)로 이어지는 한적한 도로변에는 군데군데 복수초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특히 경칩 즈음엔 절물자연휴양림(제주시 봉개동) 복수초 군락지의 것이 볼만하다. 양지 녘엔 겨울 추위를 견딘 복수초가 피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특히 3월초 순경에는 뭍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의 매머드급 군락이 장관이다. 휴양림 삼나무 숲속에 노란 복수초밭이 펼쳐진다. 마치 노란병아리가 풀밭을 뛰놀듯 장관이다. 특히 잿빛 풀 섶에서 피어 오른 까닭에 더 상큼한 봄기운을 전하고 있어, 볼만하다.

제주의 또 다른 복수초 군락지로는 한라수목원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서도 잔설을 뚫고 피어오른 노란 꽃봉오리의 자태를 만날 수 있다. 또 한라산 등산로에도 드물게나마 복수초가 피어난다. 복수초는 2월말 3월초가 절정이다. 제주도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복수초의 화신은 북상을 거듭하며 4월 하순이면 강원도 곰배령 등 백두대간 자락까지 내려앉아 산간의 봄을 일깨운다.

◆제주에서 만나는 봄꽃 '수선화'


◇제주의 또 다른 봄꽃 '수선화'.
제주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는 '수선화'도 빼놓을 수 없다. 2월이면 고혹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해 봄기운 완연해지는 3월까지 그 모습을 이어간다. 하얀 꽃잎 속노란 꽃술이 탐스런 수선화가 부드러운 해풍에 실려 보내는 향기 속엔 여유로운 봄날의 정취가 가득하다.

이즈음은 제주시내에서는 한라수목원, 힌림공원, 제주시~애월 가는 길, 대정 등 서남부권역에서 수선화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관리가 잘 된 한라수목원에는 곱게 핀 수선화 군락이 펼쳐져 있다. 또 남제주군 대정읍 산방산 일대 드넓은 들녘에도 수선화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대정들녘 중에서도 대정향교와 산방산 사이의 도로변과 밭두렁, '송악산~사계리'에 이르는 해안도로변, 대정읍 상모리의 알뜨르비행장터 등지에서도 야생 수선화를 만날 수 있다.

제주 수선화는 개량형 수선화와는 조금 다르다. 모양은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짙은 향훈이 압권이다. 제주도 방언으로 수선화는 '말마농'이라 불린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말이 먹는 마늘'이지만, 속뜻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마늘'이라는 뜻이다. 야생 수선화는 번식력이 강해서 한번 밭에 뿌리를 내리면 다른 농작물의 생장을 가로막을 정도로 무성하게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제주 주민에게 외면 받던 수선화를 유독 사랑했던 인물이 있다. 당대의 명필이자 화가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다. 그는 대정들녘에 핀 수선화를 두고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다'고 묘사했다.

◆여행 메모

뭘 먹을까

◇깅이죽=흔히들 제주의 별미로 갈치, 고등어, 흑돼지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제는 전국 어느 곳을 가도 비슷한 메뉴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때문에 제주를 찾는 외지인들은 또 다른 미식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제주 토박이들은 봄철 입맛 돋우는 별미로 깅이죽을 적극 추천한다. 깅이는 제주도 사투리로 '작은 게(방게)'를 이른다. 제주 해안가에서 돌멩이를 들추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바닷게의 일종이다.


깅이죽& 깅이. .
깅이는 바위게과에 속하며 몸의 색깔이 암록색이며 등딱지의 길이가 3cm에 이른다. 제주 사람들은 이 깅이를 잡아 볶아도 먹고 튀겨도 먹는다. 해녀들은 보신용으로 죽을 쑤어 먹는다. 키토산 덩어리로 기운을 내는 데 영양만점의 보양식이기 때문이다. 깅이죽(1만원)은 방게를 민물에 하루쯤 둬서 해감을 한 후 생으로 찧어서 즙을 짜고 체로 걸러낸 뒤 물을 붓고 죽을 쑨다.

제주시 용담동 제주공항 담장 인근 모메존 식당(064-711-0585)은 제주 토박이들이 알아주는 깅이죽집이다. 직접 물질도 하는 해녀 한수열씨의 푸짐한 인심까지 어우러져 아름아름 미식가들이 찾는 곳이다. 게가 살이 오른 5~6월 한 씨가 직접 성산, 세화 등 동쪽 바다에 나가 일 년 동안 쓸 깅이를 잡아온다. 깅이칼국수(1만3000원)도 별미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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