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냐, 성남이냐… '독수리'의 비상은 과연 어디까지

기사입력 2016-04-14 22:42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여정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일주일 동안 3경기를 치르는 일정은 살인적이다. 선수들의 체력도 임계치에 다다랐다. 하지만 또 달려야 한다.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가 16일과 17일 열린다. 다음 주중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5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전북과 수원 삼성이 일본 원정길에 오르고, FC서울과 포항은 안방에서 혈투를 치른다. ACL에 출전하는 팀들은 16일 모두 K리그를 소화한다.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최근 2년간 K리그는 전북 천하였다. 전북의 독주를 막겠다고 선언한 FC서울이 2012년 K리그 우승 이후 처음으로 중간 순위 1위(승점 12)에 올랐다. 최용수 감독은 "리그 초반의 1위는 와닿지 않는다"고 했지만 서울이 '태풍의 눈'이라는 데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서울은 개막전에서 전북에 패했지만 이후 4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5라운드를 치른 현재 무패 팀은 3개팀이다. 2~3위 성남(승점 11·3승2무)과 전북(승점 9·2승3무)과 6위 수원FC(승점 7·1승4무)다. 아직 1승도 신고하지 못한 팀도 있다. 11위 전남(승점 3·3무2패)과 최하위인 12위 인천(승점 1·1무4패)이 첫 승에 목말라 있다.

6라운드는 흥미로운 대결의 연속이다. 어느 주말보다 스토리가 넘친다.

전북이냐, 성남이냐

무패 팀인 전북과 성남이 16일 오후 3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정면 충돌한다. K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은 올 시즌 서울과 함께 '절대 2강'으로 꼽히고 있다. 성남은 두 팀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성남은 4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다 13일 전남과 득점없이 비기며 선두 자리를 서울에 내줬다. 최근 K리그에서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 중인 전북은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다.


최강희 전북 감독(57)과 김학범 성남 감독(56)의 지략대결이 최고 양념이다. 두 감독은 클래식에서 고참 서열 1, 2위다. '유이'한 50대 사령탑이다. 그라운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지도자라 더 관심을 끈다. 전북은 20일 16강 진출의 분수령인 FC도쿄와의 원정경기도 준비해야 한다. 올 시즌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로테이션에 더 세밀한 지혜가 필요하다. 성남은 원정 부담은 있지만 어수선한 전북을 잡을 절호의 기회다.

지난해 4차례 대결에선 전북이 2승1무1패로 박빙 우세했다. 두 감독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라고 했다. 최강희 감독은 "최근 아쉽게 승리를 놓치는 경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만큼은 반드시 승리해 홈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 또 ACL 원정경기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학범 감독도 "시즌 초반 순위는 의미가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한다. 전남전의 아쉬움을 보완해 전북전을 잘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FC서울과 상주 상무의 K리그 클래식 경기가 20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최용수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3.20/
'독수리' 비상은 어디까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올 시즌 최용수 감독이 달라진 점은 선수들의 칭찬 횟수가 부쩍 늘었다.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다. 올 시즌 출발전 자신과 한 약속이다. 긴 시즌을 함께 헤쳐나가기 위해선 채찍보다는 당근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13일 광주를 2대1로 꺾은 후에는 골을 터트린 박주영과 아드리아노보다 수비수들의 칭찬에 더 긴 시간을 할애했다. "힘든 시기를 버티는 힘은 수비 집중력과 놀라운 투혼에 있다. 모두가 피곤한 상황이지만 이 고비를 잘 헤쳐나가야 된다. 특히 수비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서울의 5연승 도전 상대는 승격팀으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수원FC다. 서울은 원정 2연전을 마치고 2주일 만의 K리그 홈경기다. 16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휘슬이 울린다. 최 감독은 일전을 앞두고 "토요일 경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상대는 클래식 승격 이후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감독님과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며 수원FC에 존경의 뜻을 먼저 전했다. 물론 발톱도 숨기지 않았다. "수원FC전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며 좋은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자칫 나사가 풀리면 걷잡을 수 없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줄 것이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K리그에서 3골을 기록하며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친 박주영도 "홈에서 펼치는 경기인 만큼 정신적으로나 팀적으로 잘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배번 10번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는 "서울의 10번이라는 것은 책임감과 부담이 따르지만 이겨내야 한다. 팀의 기대에 걸맞게 더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현재 날씨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비상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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