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업계가 대내외 악재 속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주요 재벌그룹이 오히려 자동차 관련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SK그룹, LG그룹 등은 최근 앞다퉈 자율주행차나 전기차를 포함한 차세대 자동차 관련 사업에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국내에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가받아으며, 지난달 미국에서도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승인받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삼성SDI는 내년 상반기 헝가리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양산을 앞두고 있다.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또한 계열사들이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부품만으로도 거의 완성차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현재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LG전자가 전기차 구동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등을 생산하는 것을 비롯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는 차량용 내외장재,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모듈 등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또 한발 더 나아가 LG전자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州)에 285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팩과 모터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뿐 아니라, ㈜LG와 공동으로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SK그룹 지주회사인 SK㈜ 또한 관련 업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 는 2015년 국내 카셰어링 1위 업체인 쏘카(SOCAR)에 지분 투자를 했으며, 지난 7일 미국의 개인 간(P2P) 카셰어링 1위 업체인 투로(TURO)에도 지분 투자했다.
또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내비게이션 'T맵X누구'를 선보였으며, SK이노베이션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이처럼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 관련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성장 가능성과 함께 사업 연관성 등을 주요 이유로 꼽고 있다.
이미 휴대전화나 반도체 시장이 어느 정도 '정점'을 직고 있는 것과 달리, 자동차 전장 시장의 경우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전기·전자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전기차 또한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지을 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재벌그룹이 상대적으로 쉽게 관련 시장에 진출, 충분한 경쟁력을 단기간에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현재 주요 그룹들이 아직은 전자장비 부품 등 주변 사업을 중심으로 움직임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완성차 시장으로 그 전선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부품의 종류가 많아 연관 산업 분야가 넓다. 또 새로운 동력에 의한 새로운 개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관련 산업과의 연관성 또한 계속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라,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는 업계에선 미래성장 동력으로 큰 관심을 가질 만하다. 더불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LG나 삼성이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사업에 도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