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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석은 SRT 직원 전용석?…앉아있던 승객에 "비켜달라"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7-09-14 08:00


개통 9개월이 지난 수서발 고속열차 SRT가 최근 연이어 서비스 부실 등으로 인해 구설에 휩싸였다.

SRT는 지난 3일 미상의 물체와 부딪쳐 발생한 열차사고로 인한 지연운행의 보상 문제로 잡음이 불거진 바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SRT 직원들이 승객이 버젓이 앉아있는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는 '갑(甲)질' 행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SRT측은 "죄송하다"는 입장이지만 '근무기강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고속철도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지난해 12월 개통한 SRT는 SR에서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이 SR 지분을 41% 보유함에 따라 최근 코레일과의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SR 나머지 지분은 사학연금이 31.5%, 기업은행이 15%, 산업은행이 12.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장애인 좌석은 SRT 직원 전용석?

고속열차 SRT를 출퇴근시 이용한다는 한 직장인이 최근 'SRT 갑질'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 해당 게시글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며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매달 정기권을 구입해 SRT를 이용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달 전 퇴근길에 탔던 열차에서 한 승무원이 장애인석에 앉아있는 정기권 이용 승객에게 앉을 사람이 있으니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구한 것. 그 자리에는 한 남성이 앉았는데, 그의 휴대폰에 SRT 회사 명함이 꽂혀있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열차가 출발하기전 정장을 차려입은 3~4명 정도의 남성이 여자 승무원을 불러 조용히 말하는 것을 봤다"며 "이후 승무원이 들어와 자고 있던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황당한 A씨는 SRT승무원에게 이같은 상황에 대해 따져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SRT직원들은 빈자리에 지정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SRT의 정기승차권은 예약된 좌석을 제외한 빈자리와 객실 사이에 위치한 보조 좌석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도록 하는 티켓이다. 따로 좌석을 지정하지 않을 뿐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자리만 비어있다면 탑승하는 순서대로 앉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석이 비어있을 때는 보통 정기권 이용자 가운데 몸이 불편한 승객이 대부분 앉게 된다.

그런데 이번 건의 경우 SRT측이 먼저 빈자리에 앉아있던 정기권 이용객에게 명확한 상황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한 것이다. A씨는 이번뿐만 아니라 출퇴근시 SRT 직원들이 장애인석에 앉아가는 광경을 수차례 목격했다고 밝혔다.

실제 그가 촬영한 사진에는 SRT 유니폼을 착용한 직원들이 장애인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A씨는 "엄연히 열차는 고객들이 지불한 비용으로 운영이 되는데 어떻게 SRT직원들은 무임승차가 가능한건가"라며 "특히 SRT 직원이면 장애인석에 앉아있는 승객 자리를 뺏어도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SRT측은 "고객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직원 교육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해명했다. SRT 관계자는 "출퇴근시, 업무상 출장 등에 한해 직원들에게 승차를 배려하고 있다"면서 "간혹 직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잠든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SRT 관계자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낮은 지연 보상에 고객들 불만

이에 앞서 SRT 열차 지연운행과 관련한 보상도 고객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 3일 부산역을 출발해 수서역으로 향하던 SRT 제362열차가 오후 8시 11분쯤 경북 김천시와 충북 영동군 경계 부근에서 미상의 물체와 부딪혀 멈춰 섰다. 이 사고는 열차의 바퀴 주변 '스커드'라는 부품 사이에 미상의 동물 사체가 끼여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열차는 문제가 생긴 바퀴 주변 수리를 한 뒤 오후 11시 5분쯤 운행을 재개했다. 열차에는 승객 810여명이 타고 있었지만, 객실에는 사고 영향이 없어 2차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고 여파로 경부고속철도 일부 구간의 열차 운행이 최장 3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번 사고로 상하행선 KTX와 SRT 열차 50여편이 20∼90분씩 지연 운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열차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SRT 지연 도착과 관련한 보상 등에 관한 안내방송은 수차례 반복하면서도 언제 수리가 끝나는지 등 구체적인 사고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객실내 냉방장치가 과도하게 작동해 추위를 호소하는데도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나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SRT측은 지연 열차 승객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턱없이 낮은 액수를 두고 승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열차 보상원칙 약관에 따르면 1시간 이상 지연 운행하면 현금 50% 또는 무료승차권 1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결국 10시간 지연 운행하더라도 1시간 지연 운행과 같은 보상금이 적용된다는 얘기다. 1시간 이하는 보상액이 조금 더 세분돼 있다. 한 승객은 "1시간 이하 지연운행에 대한 보상이 각각인 것처럼 1시간 이상 늦어질 경우에도 시간대별 보상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SRT 관계자는 "열차 지연 보상은 SRT와 코레일 모두 동일하다"면서 "보상이 부족한 듯 하지만 현재 원칙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정기권을 소유한 고객들은 입석으로 이동중인 반면 SRT 직원들은 장애인 좌석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SRT의 승무원이 장애인석에 앉아있는 정기권 이용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한 뒤 그 자리에 앉은 한 남성이 통화중인 모습. 이 남성의 휴대폰에 꽂혀있는 명함을 보면 SRT 직원으로 추정된다.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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