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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비 원가 공개 대법원 판결로 통신비 인하 압박 거세질 듯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8-04-13 08:59


다소 주춤했던 이동통신사에 대한 통신비 인하 압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대법원이 최종 판결했기 때문이다. 통신비 원가가 공개될 경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도 급물살을 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통신료 인하를 강조해 온 바 있다.

이통 3사는 영업비밀과 같은 원가 공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공개적으로 반발하지는 않았지만 영업비밀 공개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추가적으로 시민단체 등의 통신비 원가 공개 요구가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 원가 공개가 통신료 인하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 1부는 12일 참여연대가 통신 정책 주무부처였던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통신요금 원가 산정 근거자료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국민의 알권리, 통신서비스의 공공성, 통신서비스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사업자들이 주장한 기업의 영업 비밀 보호에 우선한다고 봤다.

공개 대상 자료는 2005년부터 2011년 5월까지 2G(세대)·3G 이동통신 원가 관련 영업보고서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역무별 영업외 손익명세서, 영업 통계명세서 등이다.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에게 받은 정보를 참여연대에게 공개해야 한다.

영업통계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다. 총괄 원가와 서비스별 원가가 포함돼 있어 2G, 3G등 서비스별 원가도 세부적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자료다.

이통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기업이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라며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판결이 나오자 이통사들은 저마다 법무팀과 대책 회의를 소집,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이통사들이 판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4G 통신 원가 공개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대법원의 2G, 3G의 원가 공개의 배경으로 소비자의 알권리를 내세우며 판결을 한 만큼 통신비 원가 공개 대상이 2011년 이후 요금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선례가 있는 만큼 시민단체 등의 4G 통신비 원가 공개, 요금 인하 압박의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4G의 경우 2G와 3G와 달리 이용자가 많아 이통사 입장에선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이미 4G 요금제, 데이터 정액제 요금까지 원가 공개가 이뤄지도록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통사들이 과기정통부에 2017년 사업보고서까지 제출한 만큼, 당장 작년 자료까지 공개를 요구에 나설 수도 있다.

참여연대 측은 "2011년 이후의 자료도 공개하도록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도 2011년 이후의 정보 공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는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일정부분만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과기정통부 측은 "참여연대에게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측면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공개하는 방안 등 다각도로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사들이 우려하는 점은 또 있다. 정부차원에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차원으로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과 고령층 추가 요금 감면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이달 말 관련 내용을 심사할 예정인 만큼 판결이 심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원이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이 반시장적이라며 반대해온 보편요금제 도입의 명분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현재 평균적으로 300M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3만원 초중반으로 책정하고 있다. 6.5GB의 데이터 요금제는 5만대 중반이다. 6G 이상 차이가 나지만 요금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데이터를 적게 쓸수록 데이터 요금이 비싼 구조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의 통신요금으로 1GB, 음성200분, 문자 무제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적게 사용한 만큼 요금을 적게 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 3만원대 중반의 요금제에 1G의 데이터 이용이 가능했던 만큼 통신비를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 이통사 입장에선 상당한 손실이다. 업계는 이통3사의 전체 영업이익 감소가 1조원 정도가 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보편요금제 데이터를 2G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데이터양이 증가할수록 영업이익은 더욱 감소될 수 있다.

업계는 일단 원가공개가 통신료 인하 요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가가 통신비 요금 책정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국내 무선 통신료 수준은 해외보다 저렴한 상황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부담 경감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공감하지만 기업 비밀 측면에 해당하는 원가 공개나 요금 인하 등의 지나친 시장 개입은 사기업의 지속경영 자체를 흔들 수 있다"며 "통신비 원가 공개 판결이 통신비 인하 요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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