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인기가 심상치 않다. 운동할 때나 입던, 일명 '쫄쫄이'라 불리던 레깅스가 이제 패션 히트템이 됐다. 레깅스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은 패션업계 지형도를 바꿔놓을 정도다.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을 기반으로 시작했던 요가복 전문브랜드들이 레깅스를 내세워 관련 시장을 쥐락펴락 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 요가복 전문브랜드들은 오히려 후발주자 처지가 된 대기업들의 추격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국민 아이템' 품은 빅 3, 레깅스 열풍 타고 매출도 '훨훨'
이 가운데 '신세경 레깅스'로 잘 알려진 안다르는 2015년 론칭 이후 3년만에 매출 4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안다르는 올 10월 기준으로 전국 백화점, 면세점, 프리미엄 아울렛 등 31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갖추며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조현수 뮬라웨어 대표는 "차별화된 원단만이 살 길 이라 생각하고 직접 원단을 개발했다"며 "내구성을 늘릴 수 있는 특수 미싱 기법을 적용해 레깅스의 평균 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젝시믹스 또한 지난해 매출 390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 매출만 35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대표 이사 자리에 오른 이수연 대표는 입사 전 부터 건강한 몸매를 뽐내며 SNS 인플루언서로 인기를 끌었다. 젝시믹스 입사 후 SNS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을 펼쳤고, 그 공을 인정받아 2016년 디자인 팀장을 거쳐, 2017년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 대표는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를 제일 먼저 생각한다. 하루에 백 건이 넘는 고객 후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분석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오프라인 매장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작은 불편함이 제품의 출발점 … 대기업과 경쟁에도 '거뜬'
요즘엔 웬만한 패션 브랜드나 아웃도어 업체들도 레깅스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빅 3'의 화제성에는 못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렇다면 내로라하는 패션 대기업들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며 작은 불편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점이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예를 들어 안다르는 국내 최초로 봉제선을 없앤 제품을 선보였다. 착용 시 Y존이 부각되는 단점을 보완해서 일상복으로서 레깅스의 활용도를 높였다. 원마일웨어(one-mile wear,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입고 다닐 수 있는 편안한 옷)를 넘어서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 맞는 '외출복'으로 입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뮬라웨어는 첫째도 내구성, 둘째도 내구성이다. '레깅스 장인' 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격한 운동에도 레깅스 모양이 망가지지않도록 하는데 기술력을 집중했다. 봉제 라인이 한 줄이라도 잘못되면 몇 번이고 다시 뜯어내고 재작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만큼 꼼꼼한 생산 과정을 고수하고 있다.
'뱃살지우개'라고 불리는 젝시믹스의 제품은 뱃살과 허릿살 등 몸매 보정 효과가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세 브랜드가 철저히 소비자 니즈를 읽어낼 수 있었던 데는 세 대표 모두 '레깅스 애호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직업 또는 취미때문에 즐겨입었던 레깅스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뚝심있게 원단을 찾고, 제품을 기획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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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뮬라웨어의 조현수 대표 또한 헬스 트레이너로 일을 하며, 운동복을 일상복처럼 접해왔다. 그때마다 품질이 좋은 요가복을 찾아 헤맸던 조 대표는 뮬라웨어를 품질만큼은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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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디자인이 예쁜 동시에 입었을 때 편한 제품을 찾기 어려웠다"며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품 개발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이 직접 제품을 착용해본 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등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타공인 관련 업계에서 '빅 3'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 업체는 내년에 더 큰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워라밸(일과 휴식의 조화)을 추구하는 분위기 속에 요가나 필라테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홈트족(집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홈(home)'과 운동을 의미하는 '트레이닝(training)'을 합성한 신조어. 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또한 증가하면서 레깅스를 이제 일상복으로 활용하려는 니즈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 더불어 이들 세 업체 모두 레깅스를 찾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에 착안, 2020년엔 남성라인 출시와 함께 본격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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