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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와 컨소시엄,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역할은?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9-11-17 16:02


HDC와 미래에셋대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업계 빅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역할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박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대 2년 선후배 사이. 이번에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할 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을 '현대가 넘버3'로 만든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인사이트'

이번 인수로 인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현대가 넘버 3'로 주목을 받게 됐다. HDC의 재계 순위는 2019년 5월 자산 총액 기준 33위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액 6조9250억원이 추가될 경우 재계 순위는 19위(17조5220억원)로 14계단 상승한다. 현대가에선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에 이어 세번째로 올라서게 된다. 지금껏 3위를 지켜왔던 현대백화점그룹은 HDC에 밀려 4위로 내려앉게 된다.

항공업계 지각변동은 물론 현대 가내 서열 변화까지 불러올 이번 인수전에서 정 회장이 박 회장을 파트너로 택한 데에는 박 회장의 풍부한 M&A(인수합병) 경험과 더불어 '글로벌 인사이트'가 큰 영향을 끼쳤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해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을 내려놓고 홍콩법인 회장과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으로서, 해외 사업을 이끌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안방보험 소유 호텔 15개를 인수하는 '7조원 빅딜'을 성사시키는 등 박 회장의 관광 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정 회장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HDC그룹의 면세점·리조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회장은 '우리나라 여권 보급률이 40%대인데 반해 중국은 아직 4% 밖에 안되는데, 향후 10%까지 간다면 여행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박 회장의 의견을 공개하며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박현주 회장은 국내 최고의 '글로벌 금융 개척자'로 꼽힌다.

지난 2003년 '시기 상조'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홍콩 진출을 강행해 해외 진출 기반을 닦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3분기 해외법인 세전순익이 전년보다 63.4% 증가하는 등 올들어 1239억원을 기록해, 업계 최초로 해외법인 세전순익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미래에셋대우가 증권사 최초로 '자기자본 9조원'대를 기록하는 데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의 글로벌 진출 의지는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로 연결된다. 지난 2007년 펴낸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박 회장은 '인력의 글로벌화'와 함께 '글로벌 투자전문가 양성'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박 회장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지난 2000년 사재 75억원을 출연해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하고, 2010년부터는 배당금 전액(9년간 232억원)을 기부해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시장이 포화되고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박 회장의 글로벌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호남 대표기업'의 상징성 이어가는 역할…재정 건전성 관련 비중있는 역할 '전망'

관련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향후 박현주 회장의 '역할론'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경영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지분 20% 이상을 보유할 수 없고, FI로서 투자가치를 보고 참여한 것일 뿐"이라면서 경영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박현주 회장이 입찰 가격 결정에서 물밑 역할이 컸으며,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에서도 역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HDC에 컨소시엄 제안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에피소드다. 또한 박 회장은 예비입찰에 앞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 직접 찾아가 인수전 참여 의사를 전달하고, 본 입찰에 들어간 뒤엔 정몽규 회장에게 '과감한 베팅'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 경쟁자인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에 비해 7000억원 가량 차이나는 2조4000억여원을 써낸 것 또한 박 회장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2조4000억원이 넘는 인수가가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미래에셋 측은 인수가가 '비싼'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구주 인수는 4000억원 선이고 2조원 가량은 아시아나 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신주 인수에 쓰이는 만큼, 부채가 200% 대로 떨어지는 등 재무개선이 이루어지면 향후 추가 비용이 줄어드는 등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긴 안목으로 봤을 때 현재 'BBB-'인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올려 오히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노하우가 '항공기 리스금융' 등에서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운영 중인 항공기는 올해 상반기 기준 84대로, 이중 65대는 리스 형태다. 연간 지급하는 리스료만 9000억원에 육박하는 데다, 항공기 노후화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이자 비용을 줄이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도 미래에셋의 '자문'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2분기 기준 부채는 9조6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660%에 달한다. 또한 지난 14일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 1조 8351억원, 영업손실 570억원, 당기순손실 232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환율 상승과 운용리스 회계변경(K-IFRS 16) 도입으로 인한 외화환산손실 급증이 적자의 원인이 된 만큼, 미래에셋대우의 해외금융 노하우가 개선에 상당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박현주 회장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광주제일고 후배이고 미래에셋 창업 멤버 상당 수가 호남 출신이었던 만큼, 미래에셋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가 '호남 대표기업'의 상징성을 이어가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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