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통계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 전문 의료진들이 대책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열었다.
가정의학과, 신경과, 산부인과, 노인의학,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다학제로 참여하고 있는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회장 홍승봉 교수, 삼성서울병원)는 지난 23일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황순찬 교수(인하대 사회복지학과)는 "65세 이상 연령에서 자살 성공률이 4배 높으며, 현재 응급실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은 응급실 조치 후 심리 상담으로 재대로 이어지지 않아서 자살 예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살 한달 전에 여러가지 신체, 정신적인 문제로 병의원을 방문하는데 이 때가 자살 예방을 해야하는 시점"이라며 "음주는 사람이 더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은 죽고 싶은 충동보다 말하고 싶은 충동이 더 커서 누군가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면 자살생각을 버린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자살이 많은 나라는 타살이 많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며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1992년부터 2005년 사이에 한국의 자살자 수가 330% 증가해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 기간 중에 출생아 수는 급격하게 감소했고, 그 기간 동안 자살자 수와 출생아 수 사이에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더욱이 우울증이 자살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OECD 1위 우울증 유병률, 1위 자살률과 세계 최저 출산율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는 판단이다.
홍승봉 교수는 우울증의 치료율을 높이고 자살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우울증-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홍 교수는 "미국과 같이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우울증과 자살생각 문항이 포함된 진료 전 설문지를 시행해 우울증과 자살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는 바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및 보건복지부로 구성된 1차 의료 자살예방특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을 감행하기 한달 전에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자살고위험군을 미리 발견해 예방 조치를 한다면 틀림없이 자살률이 감소할 것"이라며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의사가 물어보지 않으면 자살생각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자살생각을 물어보면 오히려 자살을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이것은 자살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다. 주변에 심한 감정적인 고통을 받거나 고립되어 있는 사람에게 우울감과 자살생각을 물어보고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자살예방의 시작이다"고 덧붙였다.
3부에서 한병덕 교수(고려의대 가정의학과)는 "비만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우울증은 비만을 유발하는 상호 악화 인자로 우울증은 비만 발생률을 4배, 비만은 우울증 발생률을 3~4배 증가시킨다. 따라서 비만 환자에서 우울증 스크리닝과 우울증 발견 시 항우울제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호식 교수(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는 "통증 환자들에서 우울증의 유병률은 52%로 매우 높으며, 특히 안면 통증 환자에서 85%로 가장 높았다. 자살위험성도 4배 이상 높았다. 또한 우울증은 통증의 역치를 낮추어서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하므로 통증 환자들에서 우울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고 자살생각에 관한 질문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4부에서 이상현 교수(일산병원 가정의학과)는 "노인우울증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높은 자살률이 큰 문제다. 노인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문제가 가장 흔하고, 그 다음으로 가족내 갈등, 단절, 외로움, 가까운 사람의 사망 등이다. 또한 한국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OECD 평균(12.1%)에 비해 4배 높아서(48.8%) 매우 심각하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고 가족, 친구와의 연결 감소로 자살위험성이 높아진다. 노인 고독, 우울, 자살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오 교수(연세의대 노년내과)는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등 만성내과질환에서 주요 우울장얘의 유병률은 10~20%로 매우 높다. 만성내과질환 환자에서 우울증이 발생하면 신체 활동이 더 저하되고 고립된다.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은 슬픔의 표현이 적고, 신체 증상으로 잘 나타나며 자해적 행동, 가성 치매, 품행 장애 등이 동반되고 자살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만성내과질환 환자들에게 주기적인 우울증, 자살생각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며 만성내과질환과 우울증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김한수 원장(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부회장, 대한노인의학회 부이사장)은 "홀로 사는 1인 가구와 고립되는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외로움, 고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국에도 영국과 같이 고립되고 외로운 국민을 담당하는 부서 (Ministry of Lonliness)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