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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레오14세'…트럼프와의 관계는?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5-05-09 08:14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레오14세'…트럼프와의 관계는?
 ◇5월 8일 바티칸 콘클라베 종료 후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교황 레오 14세. AFP 연합뉴스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네 번째 투표 만에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선출했다.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7일 만이다.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가톨릭에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하며,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명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1955년 태어난 레오 14세 교황은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 첫 교황이다.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특히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여성 3명을 처음으로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면서도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된다.

레오 14세에 대해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빈민가 등 변방에서 사목한 발자취가 미국인 출신 교황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에서도 교황 선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레오 14세는 선출이 확정된 이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영어를 제외한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고 첫 발언을 했다. 이후 전 세계인에게 내리는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마무리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교황 복장을 한 본인 AI 합성 이미지를 SNS에 올려 비난을 사기도 했다. 또한 이번 교황 선출을 앞두고 뉴욕 교구의 티머시 돌런 추기경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최근까지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SNS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 비판 기사와 JD 밴스 부통령이 가톨릭 교리를 잘못 해석해 이민 정책을 정당화했다는 내용을 공유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첫 미국인 교황이 탄생한 만큼 향후 트럼프 등 미국 정치권과의 상징적·정치적 관계에 대한 관심 또한 높은 상황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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