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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아프리카에는 특이하게 스페인 자치도시 2곳이 있다.
세우타는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 해협과 가깝고 멜리야는 모로코 북동쪽 국경과 닿는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럽 열강의 식민 지배가 끝난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 유럽이 아직 주권을 행사하는 지역이다.
세우타와 멜리야의 인구는 각각 8만여명에 불과하다.
세우타는 면적이 18.5㎢로 서울시 중랑구와 크기가 비슷하다.
멜리야의 면적은 이보다 작은 12.3㎢이다.
두 도시는 공식적으로 유럽연합(EU)의 일부로 규정된다.
공식 언어가 스페인어이고 유로가 공식 화폐로 통용되며 이슬람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한다.
유엔도 세우타와 멜리야를 스페인 영토로 인정했다.
세우타와 멜리야는 어떻게 스페인령으로 남게 됐을까.
두 도시는 수백 년 동안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다.
세우타는 1415년 포르투갈에 점령됐는데 포르투갈은 1668년 리스본 조약에 따라 세우타를 스페인에 넘겼다.
멜리야의 경우 1497년 스페인에 점령됐다.
유럽 열강은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관문인 모로코를 지배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결국 프랑스와 스페인이 1912년 모로코를 분할해 통치하기 시작했다.
모로코는 1956년 독립하면서 40여년 식민 지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스페인은 세우타와 멜리야를 돌려주지 않았다.
모로코라는 국가가 만들어지기 수 세기 전부터 스페인 영토였다는 이유를 댔다
모로코와 스페인의 영토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정부는 세우타와 멜리야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했지만 스페인은 이를 거부해왔다.
세우타와 멜리야는 아프리카 난민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난민들은 가난과 전쟁을 피해 유럽행을 꿈꾸며 밀입국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스페인 정부는 난민들을 막으려고 약 6m 높이의 철조망을 설치했다.
하지만 모로코에 체류하는 난민들은 철조망을 기어오르거나 지중해를 헤엄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쓴다.
2022년에는 모로코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패러글라이더(직사각형 낙하산)를 타고 멜리야에 도착한 뒤 자취를 감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nojae@yna.co.kr
<연합뉴스>